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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용탈락 '처분성' 인정…소송 잇따를듯
재임용탈락 '처분성' 인정…소송 잇따를듯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4.04.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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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교수에 대한 대법원 판결, 그 이후

대법원이 김민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원심을 깨고 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하자, 그동안 각하 판결을 받은 재임용 탈락 교수들이 무더기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대학가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달 22일 김민수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교수재임용거부처분취소청구' 상소심에서, 1997년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문을 통해 "임용권자가 인사위원회의 심의결정에 따라 교원을 재임용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하고 이를 통지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 6. 27 판결은 변경하기로 한다"라고 밝혔다.

그간 교수들은 재임용 탈락의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는 1997년의 대법원 판례로 인해,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의 재심, 행정·민사소송에서 번번이 각하 결정을 받아왔었다. 訴의 실익이 없는 등 소송요건이 구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각하의 근거가 됐던 판례가 변경됐고, 이에 따라 소송 제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김연 경성대 교수(법학과)는 "이번 판결은 국립대 교원에 관한 것이어서, 사립대 교원에까지 영향이 미칠지 알 수 없다"라고 전제한 후, "전에 각하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재소금지의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를 근거로 각하 처분을 받은 교원은 이번 판례 변경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전까지는 소송요건이 구비되지 않아 본안심리조차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본안으로 넘어가 사법심사할 가능성이 훨신 커졌다는 설명이었다.

유병현 고려대 교수(법학과)도 "이 경우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대법원의 입장이 달라져 소의 흠결이 보완된 상황"이라면서 "사법부가 앞으로 소의 실익이 있다고 볼지의 여부는 가늠할 수는 없지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사법부가 국립대 교수와 동일하게 사립대 교수의 재임용 탈락에 '처분성'을 인정하고, 소송을 받아들일지 등은 아직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와 헌법재판소가 국립대·사립대를 떠나 재임용 탈락의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는 흐름이 이후의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견도 나오고 있다. 

김향기 성신여대 교수(법학과)는 "교육부가 위헌 소지가 있었던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 이를 의식한 사법부가 전향적으로 판결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1997년의 대법원 판례에 의존해 재임용 탈락 교수들의 재심청구를 각하했던 교원징계재심위원회는 이번 판결로, 5월 중에 심사할 재임용 탈락 건을 어떻게 판결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징계재심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법원 판례에 기대 각하를 내린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선 대법원 판결문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 5월 중에 있을 재심사건을 다룰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조광제 해직교수복직공동추진위원회 공동대표(전 한동대 교수)는 "앞으로 개정될 법률에 따라 행정적 구제가 가능해졌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사법적 구제의 가능성이 열렸다"라면서 "추진위 차원에서, 해직교수들에게 사안별로 소장을 가져오게 해서 공동으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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