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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가르치고 싶은 러시아 4세대의 꿈
한국문학 가르치고 싶은 러시아 4세대의 꿈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4.04.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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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인터뷰: 최인나 한림대 교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대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한 31살의 젊은 여교수. 최인나 한림대 교수(러시아학)의 이력을 보게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교수'가 되기엔 너무 '어린' 나이인데다, 학부에서부터 박사과정까지를 러시아에서 마친 것도 특이하고, 게다가 한국문학 전공에 러시아학과 교수라니. 최 교수에 대한 정보들이 수수께끼처럼 느껴진다면, 여기 마지막 힌트가 남아있다. 그녀는 '외국인' 교수다.
수수께끼의 답은 간단했다. 최 교수는 러시아 이민 4세대로, 러시아 국적을 가졌다. 한림대에는 초빙외국인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러시아에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가르쳤지만, 한국에서는 러시아어를 가르치게 된 것이다.

최 교수는 대학을 입학하기 전까지 한국말은 거의 못했다고 한다. 처음에 선택한 전공 또한 한국학은 아니었다. 그러나 냉전체제 붕괴된 1990년대 초, 한국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한국말과 문학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전공을 바꿨다. 집에서는 러시아어를, 대학에서는 한국말을 사용하는 시절을 거쳐, 한국문학에 심취했고 '김동인(1900-1951) 단편 소설의 혁신적 성향 및 전통적 성향'을 주제로 지난해 6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최 교수의 한국말 실력은 조금 느리다는 것만 빼면, 의사소통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다.

상트페테르부르그대에서 강의를 하던 최 교수가 한국행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2년 전 연수차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된 것. 러시아로 돌아가서 학위를 마칠 때까지는 떨어져 지내야했다. 이제 막 1백일 넘긴 아기까지 세 사람의 가족이 생겨 한국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최 교수다.

한국문학을 좀더 연구하겠다는 것도 계획 중 하나다. 사실 이것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외국인 교수가 한국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한국'에서 '문학'을 가르친다는 꿈은 접어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혼자서라도 꾸준히 연구할 겁니다"라는 대답이 짠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인의 핏줄을 가지고 러시아의 토양에서 자랐기 때문에, 양쪽의 시각을 다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좀처럼 찾기 힘든 장점이기도 하다. 최 교수 역시 스스로가 한국인과 러시아인의 중간에 서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 관점을 비교 연구하는 것이 품고 있는 계획이다. 러시아에서는 한국사람을, 한국에서는 러시아사람을 만날 때마다 먼 고향이 느껴져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개성 강한 신세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 교수의 대답은 의외로 선선했다. "학생들이 예의 발라요". 나이 차가 적어서인지, 러시아어라는 다소 생소한 언어 때문인지 학생들은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임한다고. 오히려 40여명의 학생에게 러시아를 가르치려니, 고르게 지도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쪽은 최 교수다. 러시아에서는 10여명 안팎의 학생들에게 한국어 회화를 가르쳤다며 아쉬워했다. 긴 입시를 지난 온 대학 신입생들이 학업에 다소 소홀한 것도 최 교수에게는 아쉬운 풍경.  

최 교수가 한국땅에 정착한지 이제 10개월 남짓이, 한림대에서 강의를 한지는 고작 두 달이 흘렀다. 아직은 설기도 한 터인데, 최 교수는 따뜻함으로 한국을 기억한다. 낯설까봐, 러시아어로 말을 걸어 주시는 동료 교수들의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에 남고 싶은 욕심만큼,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싶은 것이 최 교수의 솔직한 심정인 듯 했다. 기회가 된다면 러시아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싶다는 것. 당장은 아니더라도, 최 교수의 꿈이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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