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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 한국차(茶)학회
[학회를 찾아서] 한국차(茶)학회
  • 김미선 기자
  • 승인 2001.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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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7 10:25:38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중에 차를 마시는 일처럼 흔하다는 의미를 지닌 ‘다반사’라는 말이 있다. 茶 마시는 일이 우리 조상들 삶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증거이다. 불교문화와 연관이 깊었던 차문화는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급속도로 약화됐으며, 이런 사정은 지난 1970년대 초반까지도 지속돼왔다. 물질문명이 급속하게 삶의 저변을 뒤흔들고, 빠름과 속도에 넌더리를 느끼면서 사람들은 정신적 여유를 찾는 방편으로 다시 차문화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한국차학회(회장 박근형 전남대 교수)가 관심을 끄는 데는 이러한 문명에 대한 반성적 느림과 여유의 문화가 한 몫 한다.
옛 선인들의 차문화를 복원하고 대중화하기 위해 학회가 출범한 것은 지난 1994년 가을이다. 차를 공동의 관심사로 한 다양한 분과 학문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별한’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창립 이후 지금까지 학회는 차나무 개발과 재배, 제품 생산, 다구류 제작과 유통이라는 현실적 문제에서부터 삶과 맺고 있는 차의 정신적 깊이와 철학적 향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해마다 2번씩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연 3회씩 학술지를 발간해왔다.
특히 학회원들의 전공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다보니 발표된 논문들도 다양하다. 언뜻 보기에도 ‘우리나라의 차 재배실태’, ‘두물차(6월차)와 세물차(8월)의 제조 중 증열 시간이 차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 등 과학적으로 접근한 논문과 ‘한국 茶詩에 표현된 선사상에 대한 연구’, ‘한국의 차민요 조사’, ‘다산 정약용의 다도에 관한 연구’ 등 인문학적으로 살펴낸 논문이 눈에 들어온다. 학회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차의 효능을 학술적으로 증명하고 좋은 차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올바른 차문화를 발전시키고 대중화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박근형 회장은 “학제적 성격이 짙은 우리 학회의 독특함을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데, 외부 지원이 뒤따른다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학회에는 신미경 원광대 교수(식품영양학과), 천병식 아주대 교수(인문학부), 김기원 진주산업대 교수(낙농자원학과)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 학회는 차용어사전 제작과 차를 품평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으나, 특히 2004년부터 차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국내 차산업이 대외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기르는데 학회 차원의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학회는 우리 조상들의 차문화를 복원하는데 디딤돌이 되는 것은 물론 현대인의 바쁜 삶에 ‘정신적 쉼표’를 마련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미선 기자whwoor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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