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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강의시간-피그말리온 효과
나의강의시간-피그말리온 효과
  • 맹문재 명지전문대
  • 승인 2004.04.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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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교수 (명지전문대. 문예창작)

발표를 맡은 학생이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수업은 시작된다. 시 낭송이 끝나면 나는 학생들의 토론이 집중될 수 있도록 작품의 핵심되는 부분을 제시한다. 적극적인 학생은 나의 제시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시작한다. 발표를 맡은 학생 역시 지지 않으려고 적극 답변하고 나선다.

 

어느덧 수업은 달아올라 격렬해진다. 나는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흐뭇해하면서 지켜본다. 때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때마다 토론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주로 수업시간에 발표를 잘하지 않는 학생들을 호명해 질문을 유도한다.  

 

나는 모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도록 이끌고 있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방법은 학창시절에 시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배운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가령 김소월의 「산유화」 한 편을 놓고 한 학기 내내 다양한 관점에 이해하는 수업을 진행하셨다.

 

학생들에게 산유화를 거리의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리듬, 이미지, 시인의 전기적인 면, 문학사회적인 면, 비교연구, 어휘 고찰 등 여러 관점에서 발표를 시키고 또 날카로운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수업을 이끄셨다.

 

그리하여 수업시간이 끝날 때쯤 되면 발표자의 예습 정도와 독서 깊이와 세계관 등이 죄다 드러나고, 받을 수 있는 성적에 대해서도 학생들 스스로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선생님께서는 논의되지 못한 부분을 수업시간의 끝에 짚어주셨는데, 작품의 핵심을 풀어내는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으면 깊이 있는 공부라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하고 깨닫곤 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나 역시 학생들과 토론수업을 하고, 토론이 끝나면 논의된 것 중에서 보충할 사항이나 달리 생각하는 점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나는 주로 작품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또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면과 연결시켜준다.

 

기존의 연구에 의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들도 면밀히 따져보면 단점이 보이는데, 그와 같은 점을 메워나가는 자세가 좋은 작품을 쓰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수업시간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준다. 세운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창작과목을 맡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공부하기를 독려한다.

 

창작을 한답시고 공부는 하지 않고 겉멋만 내서는 이 전문화되고 급변하고 다양한 사회를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진정 큰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고, 공부를 통해서만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를 인정하고 가능한 한 학생들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칭찬해주려고 한다. 물론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작품 쓰기에 성실을 보이지 않으면 심한 꾸지람을 한다.

 

나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이름을 자연스레 외우게 되고 나아지는 모습도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그지없이 기쁘다.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호기심에 찬 눈빛과 앎으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리고 관심 있는 학생이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 마치 공자가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고 말한 것처럼 나는 이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학기도 어느덧 중간고사가 끝나가고 있다. 학생들과 벚꽃 구경을 하며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보니 놓치고 말았다. 다소 아쉬움이 들지만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니 그리 안타깝지는 않다.

 

내게 주어진 시간 중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때가 가장 행복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자주 들려주며 그러니 너희들도 나를 사랑해달라고 농담을 한다. 눈물겨운 바람이 들어 있는 이 농담을 나는 웃으며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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