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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적 가치는 없다'
'아시아적 가치는 없다'
  • 조긍호 서강대
  • 승인 2004.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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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유교문화의 두 모습』(김영평 외 지음, 아연출판부 刊, 2004, 264쪽)

▲ © yes24
조긍호 / 서강대·유교심리학

"아시아적 가치"에 관한 논의는 1960∼80년대 일본·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유교권 국가들의 눈부신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이들 나라의 공통된 문화적 배경인 유교적 가치체계에서 찾아보고자 하는 서구인들의 지적 호기심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서구인들이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됐지만, 이들 서구인들은 유교에 대해 시대 상황의 요구와 논자의 입장에 따라 예찬론과 폄하론의 양 극단론을 펴온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일인칭으로서의 자기들과는 다른, 따라서 자기들보다 못한(?) 삼인칭의 “그들” 또는 “타자”로서 아시아를 개념화하는 서구인들 나름의 편의주의적 발상에 그 근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동아시아 내부에서도 “아시아적 가치” 논의가 전개됐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이후 이광요, 박정희, 마하티르 등 아시아 개발국가의 수반들이 자기들의 전제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문제를 끄집어내기도 했던 것이다.

도대체 “아시아적 가치”가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기존 학자들의 접근은 대체로 문헌고찰을 중심으로 한 사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김영평· 정인화 교수는 새 책에서 이 문제에 관해 실증적인 자료수집과 분석의 방법을 적용해 접근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공무원에게 설문조사를 해 그 결과를 비교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이 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은 “아시아적 가치”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으며, 설사 있다 하더라도 이는 국가 사회 발전의 대안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의 찬반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연구는 사변적 고찰 중심의 비교적 진부한(?) 주제에 대한 실증적 연구라는 점에서 그 참신함에 우선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이 연구도 이러한 조사연구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연구자들도 지적하고 있지만, 연구대상이 너무 적고 또 연구 대상의 두 국가간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또한 연구보고에 대상자의 연령, 학력, 지위 등에 관한 기초자료가 제시돼 있지 않아 연구 결과의 일반화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론적 고찰(2장∼5장)의 내용과 조사내용(5장∼10장) 사이의 연계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유교문화에 관한 이론적 고찰에서도 몇 가지 논리적 미비나 결함도 눈에 띈다. 그리고, 유교적 가치가 아시아적 가치로 현대 중국과 한국의 공무원 사회에 상존하고 있는가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비아시아권의 동일 집단과의 비교가 핵심이 돼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자료가 없다보니 “이는 한 문화권 내의 세대차의 비교 이외의 무슨 의미를 갖는 자료인지”하는 비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가치관의 연구는 사변적 방법보다는 실증적 자료분석 방법론에 기초를 두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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