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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싶은 책: 『살아 계신 붓다, 살아 계신 그리스도』
함께 읽고 싶은 책: 『살아 계신 붓다, 살아 계신 그리스도』
  • 김진 울산대
  • 승인 2004.03.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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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지음, 오강남 옮김, 한민사 刊, 1997

사람들은 자기자신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차대전 중에 영국과 독일의 성직자들은 자국의 승리만을 위해 하나님께 매달렸다. 여행을 하려는 사람은 맑은 날씨를 달라고 간구하지만 농부는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한다. 이처럼 자기중심적 신앙은 상생적인 삶을 어렵게 한다.

1926년 베트남에서 출생한 틱낫한 스님은 부처님과 예수님을 동시에 섬기는 매우 특별한 禪僧이다. 그는 프랑스와 미국의 베트남 지배에도 불구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나 토마스 머튼 신부와 같은 인간애 넘치는 그리스도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예수를 숭배하게 됐다. 그의 제단에는 부처님과 예수님 像이 나란히 모셔져 있다.

그가 제시한 화두는 ‘어울려 있음’(Interbeing)이다. 이 세계의 모든 존재들은 독자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과의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더불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緣起이고, 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들어가서 서로의 차이를 지양하여 결국에는 하나가 된다는 相入相卽의 진리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틱낫한 스님 역시 한계를 가진 인간임에 틀림이 없다. 소크라테스, 모하메드, 붓다보다도 예수를 더 특별한 존재로 여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해 그는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교황의 발언 속에 기독교만이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우월성과 편견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님의 비판은 그답지 않다. 종교대화가 모든 종교의 차이성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부처님과 예수님을 동시에 믿는다고 해서 예수만을 믿는 교황의 신앙보다 더 위대한 것은 아니다.

김진 / 울산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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