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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싶은 책: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함께 읽고 싶은 책: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 김태원 영남대
  • 승인 2004.03.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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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릴케 지음| 민음사 刊

릴케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시인이다. 특히 그의 ‘가을날’이라는 시는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인으로서의 릴케뿐만 아니라 사상가로서, 철학자로서의 릴케는 그의 대표적 시집 ‘두이노의 비가’에 잘 표현돼 있다.

이 시집은 10편의 연작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1912년부터 십년에 걸쳐 완성된 방대한 작품이다. 두이노의 비가를 통해 릴케는 그 자신이 추구하였던 세계관과 더불어 인간의 역사를 통해 스스로 도달하고자 했던 궁극적 인간존재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인간을 우주와 세계 속의 유일무이한 위대한 존재가 아닌 생물학적 존재이자 고뇌를 통한 정신적 비상을 추구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서구적 세계관과, 인간을 결정론적 존재라기보다는 과정적 존재로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을 통하여 존재의 허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릴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끝없이 자신을 대상화 시키는 가운데 드러나는 고뇌를 시적 은유와 역사성을 통해 극복해 나가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고귀함과 긍정성을 추구했던 릴케라는 시인을 이데올로기와 물질에 종속된 오늘 날 우리들의 삶 속에서 한번 쯤 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많은 고전들이 있지만 우리 존재의 뒤엉킨 모습을 통해 나타나는 실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나는 종종 ‘두이노의 비가’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책 속에 길이 있다하지 않는가.

"어찌 삶이라는 시간은 시작부터 사라져가는 걸까? 주위보다 좀 어두운 음영 드리우고 잔물결 일으키고 있는 월계수처럼. -또 어찌하여 삶이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말인가- 운명을 피하면서 그리워한다는 말인가...“ (제9 비가 중)

김태원 / 영남대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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