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6:30 (일)
인터뷰-교협 결성 제안한 박주용 세종대 교수(교육학과)
인터뷰-교협 결성 제안한 박주용 세종대 교수(교육학과)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03.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대에는 교수문화도, 언로도 없다"

세종대는 서울 시내 4년제 대학 중 교수(협의)회(이하 교협)가 없는 몇 안 되는 대학 중 하나다. 세종대 교협은 80년대 말과 학내분규를 겪으면서 결성돼 대학민주화 투쟁을 벌이다 1990년 교협을 주도했던 교수들이 해임 또는 재임용 탈락으로 대학을 떠나면서 해체됐고, 현재까지 교협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한 교수가 교협 결성을 제안하며 이사장, 총장을 비롯한 전체 교수에게 편지를 보내, 이후 교수들과 세종대측의 반응이 눈길을 끌고 있다.


△ 전체 교수에게 편지를 보내 교협 결성을 제안한 배경은

“세종대에 교협이 없는 것에 대해 많은 교수들이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세종대의 권위주의적 분위기로 많은 교수들이 움츠려 있다. 교협이 당장 ‘세종대 민주화’를 외치진 못하겠지만, 교수들이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세종대에서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교수신문에서 이사장과 총장이 업무상 횡령혐의로 피소됐다는 기사를 보고 사태가 여기까지 번진 것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고, 편지를 쓰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세종대 교수들이 움츠려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세종대가 이사장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세종대 교수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처음 세종대에 부임해서 젊은 교수들끼리 모여 점심을 먹고 다니다 ‘위에서 교수들이 몰려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세종대 교수들은 ‘위’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 위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교수들이 모여서 최소한 친목이라도 다지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종대에는 교수문화도 없고 전체교수회의 한지도 2~3년이 지났다. 교수들끼리 서로 얼굴조차 모를 정도다. 공식적으로 교수들이 모여서 학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통로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협에 참가한 대부분의 교수들이 재임용에서 탈락하거나 해직됐는데 일신상의 변화에 대한 우려는 없나

“상식적으로 교수들이 모여 교협을 만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몇몇 교수들은 교협 결성에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러워한다. 교수들이 교협 결성에 이처럼 움츠려있는 것 자체가 세종대가 강압적이라는 것 아니겠나.

교협 활동을 하다 자의 또는 타의로 세종대를 떠난 교수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고민도 많이 했고, 가족과도 상의했다. 아내도 동의한 일이다.”


△교협 결성 제안에 대한 동료 교수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솔직히 반응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몇몇 교수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억눌려있는 것이 많아서인지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앞으로 교협 결성에 대한 계획은

“1명의 교수라도 더 모여 會가 되기만 한다면 당장에라도 교협을 결성하겠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식적인 이야기할 수 있는 교협을 만들 것이다. 교협이 결성되면, 교수들도 심리적인 위축을 풀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