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0:20 (토)
기자수첩 - 雜魚들의 항변
기자수첩 - 雜魚들의 항변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4.03.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박사)들이 大魚라면 한국 박사들은 서해안의 雜魚 수준은 아니지만 그 정도”다. 대기업 CEO가 이처럼 국내 박사 학위자를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을 놓고 학계의 비난이 거세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한 포럼에서 연사로 나와 외국출신 박사를 ‘벤츠’, 한국의 이공계 박사를 ‘똥차’에 비유하며, 이와 같이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학술연구자 취업정보 사이트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과 한국과학기술인연합 홈페이지(www.scieng.net)에는 해당 기사와 함께 수십 건의 의견이 따라붙었다. 

한 연구자는 “미국의 유수기업이 대학에 투자하는 것처럼 기업들이 국내 대학에 투자를 하고 그런 지적을 하느냐”라며, 투자 없이 교육의 질만을 탓하는 얄팍한 상흔을 꼬집었다. 또 다른 연구자도 “IMF 사태 이후 공학분야의 연구자들을 구조조정하고, 연구비 투자에는 인색하다”라며, 기업이 연구자를 우대하지 않으면서 성과만 바란다고 비난했다.

기업과 학계의 사대주의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기업의 책임연구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는 한 연구자는 “국내 박사 학위자는 대리로, 외국 박사 학위자는 과장으로 뽑아 우수한 연구자들의 외국유학을 부추겨 왔다”라고 지적했다. 대학도 교수임용에서 국내 학위자 보다는 외국 학위자를 선호해 왔다는 측면에서 마찬가지 협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 연구자의 지적처럼 남의 눈의 티끌은 보여도 자기 눈 안의 들보는 보지 못하기 때문일까. 연구자들은 돈 많이 버는 기업을 넘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에 더욱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 방식은? “인재가 없다고 불평가지 말고, 인재를 키울 방안을 세워보라”라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