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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구명에 나선 학생들 - 세종대
교수구명에 나선 학생들 - 세종대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03.2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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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운동이 재단퇴진운동으로 번져

강한 황사로 안경에 뿌연 먼지가 내려앉던 지난 11일, 세종대 정문에는 십수명의 직원들이 학교측 입장을 대변하는 유인물을 돌리고 있었다. 지난 9일 총학생회가 등록금 조정과 관련한 자료들을 요구하며 총장실을 점거하자, 학교측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유인물로 제작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던 것.

 

이날도 김동우 교수는 샌드위치 장사 차림으로 1인 시위를 벌이며, 정문을 향해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3년째 계속되는 김동우 교수의 1인 시위는 별달라 보이지 않았다. 굳이 새 학기 들어 달라진 점을 찾자면, 정문 처마 밑에 김동우 교수를 향해 감시 카메라가 매달려 있다는 것뿐 김동우 교수는 3년 째,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변함없이 김동우 교수 곁에는 그의 동지인 황철민 전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세종대 동문․학생들이 모여 구성한 ‘세종대 재단퇴진과 김동우 교수 복직투쟁위원회’가 새학기 시작과 함께 쳐놓은 천막 옆에는 “김동우 교수님, 저희는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황사로 나풀댔다.

 

신현주 씨(토목환경공학과 01학번)는 직원들이 나눠준 유인물에 대한 총학생회의 반박문을 학생들 손에 쥐어주느라 분주해 보였다. 처음에는 현주 씨도 샌드위치 장사처럼 매일 아침 1인 시위를 하는 김동우 교수를 먼발치에서 지켜만 봤다고 했다. 그렇게 1년째 김동우 교수가 세종대 정문을 지키자, 현주 씨도 피켓을 들었다. 현주 씨는 “김동우 교수님을 통해 불합리를 보고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비디오 카메라를 메고 김동우 교수 주위를 배회하는 김경석 씨(세종대 영화예술학과 98학번)는 황철민 교수의 ‘팔등신으로 만들라굽쇼’의 속편을 찍고 있다. 이름하여 ‘승리’편인데, 언제 영화를 볼 수 있냐는 질문에 “이 싸움 끝날 때까지 찍어야 하니까, 언제가 될지 모르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상진 씨(세종대 신문방송학과 02학번)는 김동우 교수와 1인 시위 동지다. 지난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반전 1인 시위를 하다 옆에서 1인 시위하는 김동우 교수를 만나 이제는 김동우 교수와 함께 세종대 정문을 지키고 있다.

 

인터뷰 도중 현주 씨의 주머니에 따뜻한 캔커피를 꼽아주고 가는 학생도 있었다. 퇴직교수 한 명이 총학생회실에 투쟁기금을 놓고 사라지기도 했다. 3년 전과 달리, 김동우 교수도 김동우 교수와 함께 하는 학생들도 외롭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한편, 총학생회는 세종대가 파주출판문화산업단지 내 서부캠퍼스 조성을 명목으로 교비를 지출한 것과 관련, 교비 횡령건으로 주명건 이사장과 김철수 총장을 고발한 상태다. 정재경 총학생회장(컴퓨터공학과 97학번)은 “재단비리가 속속 밝혀지면서 김동우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으로 붙여진 불씨가 세종대 재단 퇴진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교수들 사이에서도 희망의 아지랑이가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박주용 교수(교육학과)는 전체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교수협의회 건설을 제안했다. 세종대는 지난 90년 전교생 유급, 교수협의회 주도 교수 해임, 교협 해체 등을 겪은 후 아직까지 새 교협이 건설되지 않고 있다.

 

투쟁과 밥벌이를 함께 하느라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동우 교수는 “내 보따리 뺏겼다고 내 보따리만 찾으면 되는 게 아니라, 다시 보따리 뺏기는 사람이 없게 해야 해요. 그래야 살맛나는 세상이 오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김동우 교수의 바램대로 세종대에도 살맛나는 세상, 사람의 온기가 묻어나는 따뜻한 봄날이 올까. 이제 세종대 교수들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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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2004-03-25 09:21:29
학교만 둘러봐도 독제자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교수식당에 가면 이사장과 교수들이 등산가서 찍은 사진들이
주르르 걸려있고
이사장 개인의 그림들이 어마어마하게 걸려 있는데...
이사장 한 사람의 그림은 식당뿐 아니라 학교 전체에 걸려있죠
도서관에는 층층히 4~5개씩 걸려 있답니다.
이건 이사장의 그림이 아니라 잘나가는 작가의 그림이라도
한사람의 그림이 독점적으로 걸려 있다는 것은 문제 아닙니까?
그리고 세종대 오시는 분들은 한번 잘 보십시요
정문에만 감시카메라가 3개가 있습니다...


세종대, 예체대와 회화과가 있다는 학교에서...
300명이 넘는 잘 배우신 교수님들이 있는 학교에서...

교수님들 한심하군요...
회화과 교수들은 눈도 없나보져?
그리고는 교수랍시고
학생들을 가리킨답시고...

이건 단지 교권과 민주화를 위한 싸움이 아닙니다.
학교 곳곳에 널려있는 끔찍한 것들을

세종대에 배우신 분들이 있다면
좀 치워 달라고 해 주십시요...

교수님들... 자신들 밥통지킬려고 겁내시지 마시고...
학생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