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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의 시대의 경제와 사회(1, 2)
국가주의 시대의 경제와 사회(1, 2)
  • 이혜인
  • 승인 2020.08.1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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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저자 전용덕 | 도서출판 해남 | 1317쪽

미군정에서 3공화국까지, 정치적으로 국가주의 시대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대는 경제적으로도 국가주의 시대였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을 이용해 미군정에서 3공화국까지의 경제와 사회가 국가주의 체제였음을 증명한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자유시장주의를 강조하며, 국가 계획이나 국가의 시장 개입의 무용성과 폐해를 경계한다. 따라서 미군정에서 3공화국까지의 주요 경제정책, 조치, 사건 등을 모두 다루며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다.

  원리상 경제체제를 크게 자본주의, 사회주의, 간섭주의라는 세 가지로 나누었다. 이 중 자본주의는 사유재산권과 계약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이며, 사회주의는 사유재산권과 계약 자유를 모두 부인하는 체제, 그리고 간섭주의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되 계약 자유는 부인하는 체제이다. 책은 한국 경제에서는 간섭주의가 지배하고 사회주의와 미완성 자본주의가 혼합되어 있다고 한다. 즉, 한국경제가 사유재산권은 인정되나 계약 자유가 인정되지 않고 국가가 광범위하게 경제에 개입하는, 그래서 사유재산권마저도 부분적으로 부인되는 체제라고 본다. 

  미군정 초기 자유시장정책이 선포되었다. 그러나 미곡 등의 가격이 폭등하자 미군정은 곧이어 미곡 가격의 통제와 강제몰수와 배급을 규정하였다. 그리고 다수 재화의 최고가격을 지정하였다. 미군정에서 모든 경제행위는 이렇듯 극도로 통제되어 사실상 간섭주의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경제였다. 그 결과 배급제에 따른 비효율, 생산자로부터 배급받는 자에게로의 소득 재분배, 비교적 규제가 덜한 상업 부문의 과다 팽창 등의 폐해가 생겼다. 이미 악화된 식민지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리고 이는 1공화국 경제체제의 형성과 경제성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1공화국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농지개혁이다. 농지개혁은 소득을 지주로부터 정부에게 재분배하여 농지 사회주의를 이뤘고 한국전쟁은 이에 박차를 가하였다. 전쟁 이후에는 농지 사회주의가 강화되어 경제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였다. 1공화국은 한국전쟁 이전 미군정 체제를 이어받아 간섭주의와 사회주의의 혼합으로, 한국전쟁은 전쟁 사회주의로, 이후에는 간섭주의 시대로 정리할 수 있다. 기업의 설립, 귀속기업체의 매각 등에 있어서는 자유기업주의를 실행했지만 정부가 화폐와 금융을 통제함으로써 반쪽 자유기업주의였다. 

  3공화국의 주요 경제정책은 박정희의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실행되었다. 박정희는 민족제일주의와 경제 우선주의를 내세웠으며, 특히 수출을 가장 중시하여 한국의 공업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각종 보조금이나 금지 조치 등과 같은 정부의 직간접적 강요로 인해 저축과 투자가 인위적으로 늘어나 생산이 증가한 것으로서 강제성장이 있었고, 이 강제성장만큼 경제의 성과와 효율은 낮아졌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완성된 형태의 자본주의가 긴요하다. 모든 경제주체는 자본의 축적과 도입에 최선을 다하고 자본 형성을 방해하는 제도나 정책은 배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사 연구는 대체로 신고전학파 종합, 마르크스 경제학, 역사가들의 상식 그리고 이들의 적절한 혼합으로 이루어진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을 이용해 미군정에서 3공화국까지의 경제와 사회가 국가주의 체제였음을 증명하고 의미 있는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교훈은 상당 부분 유효하다. 왜냐하면 지금도 경제체제로는 간섭주의, 정치철학적으로는 국가주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로 이 책은 3공화국 이후의 경제사와 사회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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