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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구축을 권장함
서재 구축을 권장함
  • 교수신문
  • 승인 2020.07.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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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 웨인 다이어 저 /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부질없다. 이 말은 이제 막 세상살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는 고교생, 수험생들에게 부적합한 말일 것이다. 어쩌면 삼가해야 할 표현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송구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세상사는 부질없다’는 생각부터 전제해 주고 싶다. 덩치 큰 기업에 취업하고 승진을 하는 일, 공무원에 합격하고 고위 공직자로 입신하는 일, 부를 쌓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일,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권세를 누리는 일, 유명해지고 명성을 얻는 일, SNS에 외식 자랑 인맥 자랑 배경 자랑하는 일, 누군가와 견주어 우월감을 느끼는 일 등은 중요한 일들이 아니라 당부하고 싶다. 

외부의 품평에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려는 습관, 호들갑스럽지 않고 초연하게 대처하는 자세, 좀 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려는 의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서 과정을 즐길 줄 아는 방향성을 영위하는 것으로 족하다. 

현대 사회가 천착하고 있는 성공 기준과 지위는 대부분 허망한 수단적 가치에 불과하다. 그것이 여러분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수단적 가치로부터 얻어지는 만족은 자기과시감일지 모른다. 낮은 자존감을 감춘 위선이며 철학의 빈곤일 수도 있다. 좀 더 본질적인 가치, 내면의 가치, 영혼이 있는 삶, 이웃에 보탬이 되는 창의적인 결과물 생산에 몰입해야 한다.    

좋은 책들이 참으로 많은 시대다. 거대한 책의 향연 앞에서 모든 것이 주저된다. 어느 책이 좋다 권장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고전서들은 읽을 때마다 새로울 것이다. 마음을 팍팍 헤집어주는 자기계발서도 좋다. 명소설의 잔잔한 여운도 의미 있고, 감성 가득한 시집 한 줄의 울림도 훌륭하다. 통계분석, 영상편집, 데이터 시각화, 코딩, 빅데이터 분석 기법 등 실무에 도움 되는 실용서들도 필요하다. 좁은 남반도의 시각을 벗어나게 해주는 해외 견문 여행서라면 더욱 바람직하겠다. 

평범한 연구자이기에 참신한 책 한 권 내보는 게 희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세상을 향해 고뇌해온 선학들의 기록들을 읽고 가급적 실천해보려 노력하는 것만으로 분주하다.

그래도 한 권 언급해 본다면 최근 유독 다가오는 책은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웨인 다이어의 작품이다. 이처럼 좋은 책 천지 속에서 무엇을 권할 것인가. 필자에게는 감히 그럴 자격이 없다. 책을 많이 읽기를 권하고 싶지도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필요도 없다. 생활하면서 문득 다가오는 글들, 간간이 접해지는 책의 질감과 눈에 들어오는 제목과 몇 페이지 분량 글을 낭독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책보다는 단 한 장으로 쓰인 칼럼들을 읽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 칼럼은 글쓴이의 인생 키워드와 경륜이 간소하면서도 농밀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요즘 언어로 흙수저 출신이다. 성장하면서 품어본 바람 가운데 강렬했던 하나는 작은 책방을 가져보는 일이었다. 공간을 갈망했다. 영감을 주는 책과 출력물들, 내게 자극이 되고 해답이 되는 글들. 내가 처리해야 할 자료들을 순서대로 쭉 벌여놓고 싶었다. 벽에는 온통 메모가 붙어있고, 유리벽에는 보드펜으로 쓴 짧은 생각들을 가득 적어놓고 싶었다. 기왕이면 창밖으로 탁 트인 들판과 산이 들어와 있으면 더욱 좋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다란 벚꽃나무와 장마철 장대비도 몰입하기에 더없이 청정한 환경이 된다. 

그 공간 속에서 한없이 늘어지고 싶었다. 연구실이든 작업실이든 창고이든 서재이든 공간의 호칭 따위야 상관없다. 내게 맞는 공간 구조. 책과 기물의 배열, 동선을 고려한 적절한 여백. 선호하는 제목과 종이 냄새. 익숙한 소품과 색감, 질감으로 채워진 곳.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삶의 거점이다.

그러나 서재가 어찌 연구자에게만 필요한 공간일 수 있을까. 필자는 고교생, 수험생들에게 자신만의 서재와 작업실을 구축하라고 권하고 싶다. 직업을 갖은 이후에 구축하는 것도 늦지 않다.

다만,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고 싶다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찌 보면 서재나 작업실과 같은 공간은 연구자 기술자 예술가가 아니라, 성장하는 청소년들, 수험생활에 시달리는 고교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환경일지 모른다. 

가정 형편이 어렵다면 그에 맞추어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부모 탓을 할 필요는 없다. 늦어져도 괜찮다. 점진적으로 공을 들여 구축해 나가면 된다. 그저 형 방, 언니 방, 내 방 등으로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것, 관심 갖는 것, 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닮고 싶은 것, 편안함을 주는 것들로 가득 채운 진정한 자신의 공간을 구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서서히 공간의 크기를 노력을 기울여 절제미 있고 효율적으로 확장해 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폐쇄적이어서는 안 된다. 실패와 상처투성이가 될지라도 사회생활은 끊임없이 응전하고 참여해야 한다. 다만, 가급적 자신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원하는 방향과 과업에 열정을 쏟고 자신의 개성을 입증해 갈 수 있는 공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성공한 삶일지 모른다.      

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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