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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보다는 예방법 우선 논의돼야
피해보다는 예방법 우선 논의돼야
  • 최승철 건국대 경제학
  • 승인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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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의 경제학

작년 12월 조류독감 공식발표 이후부터 올해 2월 중순까지 거의 두 달 동안 닭고기 하루 판매량은 약 60만수에서 24만수로, 오리고기는 10만 마리에서 1만 마리로 감소했고, 산지가격은 닭고기는 kg당 1천원대에서 7백원대, 오리고기는 1천1백원대에서 1천원대로 하락했다.


이에 따른 관련업계 피해액은 약 7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농림부와 관련단체에서는 피해액을 이 기간동안 양계농가에서의 도살 처분 등으로 1천3백억원, 외식업체의 매출감소액 4천억원, 소비감소로 인한 가공업체 및 사료생산업체들의 매출감소액 1천7백억원을 근거로 추정했다. 지금과 같은 소비위축이 지속될 경우 피해액은 엄청나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양계생산기반을 파괴할 수도 있고 닭과 오리 사육과 관련된 가공, 유통,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72만 종사자에게 경제적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애그리비즈니스의 친환경적 체질개선 필요

이러한 자료가 의미하는 바는, 실제로 드러난 막대한 피해규모가 생산자인 양축농가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축산물 생산과 관련된 모든 산업(즉 애그리비즈니스)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문제로 사료산업, 식품 가공·제조 산업, 소도매 산업, 외식산업 등을 포함해 그 범위가 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보완적인 다른 제품산업도 고려한다면 그 범위를 보다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최종 소비자뿐만 아니라, 애그리비즈니스 종사자, 정부 및 관련기관의 통합적인 공조체계가 요구된다. 특히 양계산업은 세계적으로 수직통합(특히 수직계열화, 생산계약이나 유통계약 방식 등)이 급진적으로 이뤄져 상당수가 생산에서 처리·가공, 유통으로의 공급체인에서 다양한 방식의 수직통합으로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는 양계산물의 생산에서 최종소비자까지의(Farm-to-table) 통제가 수월할 수 있다는 것으로 시설현대화와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제품의 위생과 안전에 대해 체계적인 준비와 적극적인 의식을 지닌다면 충격의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가축전염병은 생산단계에서 발생한다. 이는 방역과 관련되는 문제로 생산자 자신뿐만 아니라, 수의업계와 동물약품업계, 정부 및 관련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에 FAO와 WHO에서 제시하는 유기축산 가이드라인과 같이 CODEX 지침에 의거하는 친환경적인 축산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동시에 전염병이라는 특성상 고정성의 가축보다는 유동적인 사람에 의한 전파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하므로 검역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특히 경제발달로 인해 국내외로의 여행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이들 '사람'에 대한 교육과 감시감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염병에 대한 지속적 홍보 필요

경제학의 기초 이론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전염병의 방역과 검역은 시장논리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면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특히 전염병은 재난의 하나로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사전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다른 한편, 신선 농축산물을 외국에서 유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행태는 검역과 같은 프로그램과 규제를 통해 통제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이러한 불법유입에 따라 어떠한 문제나 재난이 예상되는 지를 사전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물론 사후적으로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정보전달과 홍보도 필요하다. 급속한 소비위축의 한 원인으로 조류독감 발생초기의 국내 언론보도가 이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장면이나 내용을 전달하면서 일반인의 우려가 지나치게 증대했다고 지적한다. 정보전달과정에서 대칭적이면서 양적인 정보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측면, 특히 신뢰할 수 있고 과학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한 전달이 강조된다. 동시에 애그리비즈니스 경영자는 앞으로 동일하던 다른 어떤 전염병이든 발생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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