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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問史 구축 위한 인물연구 물꼬를 터라"
"學問史 구축 위한 인물연구 물꼬를 터라"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2.2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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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금기를 찾아서(5) : 생존인물에 대한 탐구

학문의 세계에서 생존인물을 탐구한다는 건 뭘까. 그것은 나를 존재하게 한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 시공간적으로 가장 근접한 대상을 다루는 일이다. 고인이 된 옛 사상가들을 백날 연구해봤자, 잘못하면 주석학이고 잘하면 현대의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동시대 혹은 前세대 인물들과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진실을 들춤으로써, ‘주체의 역사성’에서 미답지의 영역을 줄여나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시공간적 근접성’이라는 문제를 비롯해 몇 가지 장애요소들이 있는 관계로 그 동안 기피돼 온 측면이 있다. 우선 공간적인 근접성의 문제가 있다. 이 경우 스승이나 학계의 어른을 비판까지는 않더라도 객관화시켜 바라본다는 게 쉽지 않다. 반대편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학벌에 의한 대립을 조장할 우려도 있어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생각은 있으나, 실천은 어렵다”

시간적 근접성은 해방 이후 활동한 인물연구는 텍스트가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중요시하는 학계가 내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시간적으로 오래 지나지 않은 사건이나 인물의 발언 등을 다루는 게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기 때문에 저어되기도 한다.

최근 역사 관련 학술잡지에서 김용섭 연세대 교수의 학문적 성과에 대한 비판적 조명을 통해 그가 구성한 한국사像을 재조명하려는 기획을 추진했으나 “필자가 없어서” 그만둔 바 있다. 주최 측은 그간의 비판에 대한 김용섭 교수의 의견도 들어보고, 그의 학자적 고민까지 전반적으로 포용하려는 의도였는데, 아쉽다고 밝힌다. 역사학계의 인물연구 부실은 이외에도 한국 역사학의 성격 자체가 권위적이라는 것, 근대 이후 한국사 전공자가 2백명 남짓으로 좁다는 것, 1세대 역사학자들이 실증적 탐구를 중심으로 연구해 후학들이 지속적으로 탐구와 논쟁을 벌일만한 성격의 것이 별로 없다는 등의 이유가 더 있다고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한국사)는 지적한다. 허종 경북대 강사(한국사)는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필요성은 있지만, 연구를 통한 평가로 직결시키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있다”라며 “한 세대는 지나야 가능하다는 인식이 학계의 보편적 정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고인이 된 학자에 대해서도 역사학계의 연구는 일천한 편이다. 1세대 학자 중에서는 故 손진태 교수 정도만 그 史觀이 검토됐을 뿐이다.

통과의례적 先學 조명이 대부분

역사학을 나서면 생존인물에 대한 연구는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물밑 움직임도 꽤나 감지되고 있다. 정치사상 분야에서는 생존인물의 정치사상을 연구하는 모임 생겨나고 있다. 故김영국 서울대 교수(정치학)에 대한 연구도 그의 사후에 서서히 나오고 있다. 이것은 정치학계에 3세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김병욱 동국대 강사(한국정치)의 설명이다. 하지만 후학들이 스승업적을 정리하는 성격이라 본격성은 덜하다.

사회학계에서는 최근 김만수 대전대 강사(사회학)가 리영희 가톨릭대 명예교수의 평전 ‘살아있는 신화, 리영희’(나남출판 刊)를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현재 나와있는 국내의 평전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인물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생존인물 연구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그가 ‘역사적’ 인물이기보다는 우리의 ‘동시대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대 사람들이 ‘시대의 양심’과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사실 사회학계만 해도 1세대 학자들에 대한 후학들의 평가는 아주 인색한 편이다. 정년기념논문집에서 통과의례적으로 조명받는 경우 외에 독립연구를 통한 종합적 자리매김이 안되고 있다. 김경일 정문연 교수(사회학)는 “우리 사회학사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 교수는 “1세대 학자 가운데서는 사실 억울한 평가를 받고 있는 학자들이 꽤 있다. 업적에 비해 과소평가를 받고 있어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한데 연구하고 평가하는 풍토가 없으니 이런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는다”라고 연이어 지적한다.

그에 비해 국문학계의 생존인물 연구는 꽤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황석영, 김승옥, 이문열 등에 대한 작가론은 이제 일반화된 현상이다. 국문학계가 생존인물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이유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데, 식민지시기부터 1950년대까지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새 시장을 찾아 1960~ 70년대로 연대를 치고올라오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학계의 보수적인 원로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김건우 서울대 강사(국문학)는 전한다.

생존인물에 대한 탐구는 이렇듯 서구학문을 받아들인 이래, 근대학문에 대한 학문사 정립의 필요성 때문에 생겨나기도 하고, 친일문제, 5·6공문제 등 역사청산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동시대 인물들에 대한 비평도 인물탐구에서 중요한 영역이다. 역사적 인물연구와 적절히 어울려 인물을 통한 관심을 이끌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인물과사상’, ‘사회비평’ 등에서 인물비평을 꾸준히 시도해왔지만 이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극단적이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 인물비평이 세대교체가 만든 한국사회의 새로운 풍경이라며 “‘빽’도 없고, 돈도 없고, 학맥도 없이 순전히 자주적인 힘으로 성장한 신진 지식인들이 본격적인 인물비평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인물비평, 인격비평의 위험성 고려해야

반면 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학)는 인물비평이 자칫 인격비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인물비평의 방식은 아니다. 우리가 한 지식인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그가 글을 통해 드러내는 사상과 철학일 뿐, 인격은 아니다. 인격을 모르는데 어떻게 인물을 비평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생존인물 탐구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를 실천에 옮기는 연구자들은 극소수다. 한 개인의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학회나 저널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 기획을 마련해야할 듯하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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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사 2004-03-01 00:16:24
'학문사'면 됐지 왜 굳이 한자는 써서 學文史라고 엉뚱하게 사전에도 없는 말을 써서 교수신문 체통은 물론 교수들까지 망신을 주는지 모르겠네. 무슨 어려운 전문 학술용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희귀한 한자도 아닌 '학문'이라는 중학교 수준의 한자도 모르는 주제에 왜 한자를 써서 유식한 척 해야 하나 말이다.
앞으로 모르는 한자 쓰려다 계속 망신당하지 말고 모든 기사와 제목을 우리말로 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