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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네이처'가 고발한 어느 한국 과학자의 표절
해설: '네이처'가 고발한 어느 한국 과학자의 표절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01.13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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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오른쪽이 박융 박사의 논문, 왼쪽이 러시아로 된 원래 논문이다.(출처:네이처 427권 6969호) ©

영국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한국인 재료공학자가 표절논문을 관련 저널에 발표한 것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2004년 1월 1일자 네이처(427권 6969호)는 지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과학기술원과 영국 캠브릿지대에서 재료공학자로 활동하던 박융 박사가 이 시기 최소한 8편의 표절논문을 썼고, 적어도 두 편의 논문을 각기 다른 저널에 중복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표절의혹이 처음 제기된 시점은 지난 2002년 4월.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가웃찌노프(Bagautdinov) 박사가 캠브리지대 측에, 박융 박사가 자신의 논문 하나를 표절했다는 증거를 보내면서부터다. 

당시 바가웃찌노프 박사는 2000년 유로피직스(Europhysics)에 발표한 박융 박사의 논문, ‘부적절하게 변화된 구조를 가진 Zn0.98Sn0.02TiO4단결정에서의 결함밀도파동(The defect density waves in Zn0.98Sn0.02TiO4 single crystal with incommensurately modulated structures)'이, 연구방법과 결과 측면에서 1994년 그가 다른 저널에 발표한 논문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캠브릿지대 측은 박융 박사에게 표절 의혹에 대한 소명기회를 줬고, 박 박사는 납득할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결국 표절논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캠브릿지대 측은 그가 재직할 동안 발표했던 논문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고, 6편의 표절논문을 추가로 확인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원 측도 한국과학기술원 재직동안 발표된 박융 박사의 논문을 조사해 표절논문을 하나 더 발견했고, 동일한 논문을 각기 다른 저널에 중복 발표한 사례도 찾아냈다.

이에 대해 네이처는 ‘잘못에 대한 안이한 태도(Complacency about misconduct)’라는 기사를 통해, 박융 박사가 캠브릿지대에 있을 때 발표한 40편 가량의 논문 전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현재 박융 박사의 표절논문을 게재한 저널은 온라인 버전에 ‘표절’ 표기를 하고, 독자들이 원작 논문으로 곧바로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다. 또 인쇄물 역시 표절논문임을 공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저널 오브 더 어메리컨 세라믹 소사이어티(Journal of the American Ceramic Society)', '저널 오브 더 피직스 디: 어플라이드 피직스(Journal of Physics D:Appied Physics)' 등의 저널의 경우, 표절로 확인된 나머지 4편의 논문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처는 전세계 물리학 관련 학회 연합회인 ‘국제순수 및 응용물리연합(IUPAP)’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절행위를 다룰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성을 깨닫고 지난해 10월 논의를 시작, 올 가을쯤 가이드라인 초안을 완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융 박사는 2002년 4월 표절증거들이 제시됐을 때 캠브릿지대를 떠났고, 현재 그와 함께 연구했던 KAIST 연구자들도 그의 행방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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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이 2 2004-01-20 11:40:29
다른 연구자의 지식을 훔치는 표절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질, 강도짓과 똑같은 행위로 범법 행위나 다름없다고 판단되어진다. 몇 년전 세 명의 우리나라 교수들이 IEEE 어떤 저널에 표절 논문을 싣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지 오래 되지도 않아 또 이런 상당히 불미스런 표절사태가 세계적인 저널인 네이쳐에 공식적으로 실리다니 심히 유감스럽도다. 모범을 보여야 할 교수가 자신의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고 빼앗는 일도 또한 더욱 근절되어야 한다.

지나가는 객이.. 2004-01-14 10:24:00
실적위주, 성과위주의 연구행태가 빚은 비극이 아닐까?
교수연구업적 평가도 그렇고, 채용시에도 그렇고, 질보다는 양을 더 중시하는 듯한 우리나라의 연구 풍토가 빚은 하나의 산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