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4:00 (금)
학술대회 참관기 : 제19차 일본중세영어영문학회에 다녀와서
학술대회 참관기 : 제19차 일본중세영어영문학회에 다녀와서
  • 박영배 국민대
  • 승인 2004.01.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들은 서양 중세 영문학을 어떻게 연구했을까

박영배 / 국민대·영문학

지난 12월 13∼14일 양일간 일본중세영어영문학회가 주최하는 제 19회 전국대회가 일본 각 대학에서 온 중세영어영문학 전공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 교외에 있는 동경외국어대학에서 열렸다. 여기서 필자는 이 학회의 준비위원인 오꾸라 천엽대 교수의 초청으로 외국 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영국 중세시기의 작가인 초서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영국에서의 중세는 5세기 중엽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를 지칭하는데, 중세영어영문학은 이 시기의 영문학과 영어학을 연구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이번 학술대회는 몇 가지 점에서 중세영어영문학을 연구하는 한국의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우선, 내년 학회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많은 연구 업적을 쌓아 온 유럽의 학자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한 점이다. 6월초에는 중세영어학 분야의 저명한 유럽 학자인 데니슨 영국 만체스터대 교수와 피셔 암스테르담대 교수가, 11월에는 폴란드의 휘샥 미키에비츠대 교수와 시코르스카 미키에비츠대 교수를 초청해 히로시마대 등에서 강연을 했다. 이들은 현재 중세영어학 분야에서의 주목할만한 연구업적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럽 학계를 이끌어오고 있는 저명한 학자들로서, 휘샥 교수는 1990년대 후반 서울대와 영어사학회에서 강연을 한 바 있다.

대회 첫날에는 고대 로만스 詩 전집에 실린 '거웨인경과 녹색의 기사이야기'를 비롯해 톨키엔판 등 여러 간행물을 집중 조명하면서 최근 '반지의 제왕' 집필에 끼친 이들 간행물의 영향을 토론하고 중세와 현대를 잇는 폭넓은 담론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중세시기의 로만스 문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발견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둘째 날 열린 심포지엄이었다.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된 필자도 포함된 이 심포지엄에는 4명의 발표자가 영어로만 발표를 진행했는데, 이 심포지엄의 주제는 '번리의 저서이후 20년: 초서 언어연구'라는 것이었다. 번리(David Burnley) 영국 셰필드대 교수가 꼭 20년 전 출간한 '초서 언어연구'는 초서영어를 어휘에서 문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 저서다. 그가 최근 세상을 떠나자 그를 기리는 특별 심포지엄이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서는 번리 교수의 업적을 재조명하면서 초서가 사용한 어휘의 의미와 화용론간의 상호관계에 관한 흥미있는 내용이 발표돼 그의 저서로 인해 20년간 중세연구자들에게 초서영어의 언어적, 문체적, 문학적인 연구의 동기를 제공한 그의 업적이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20세기초에 시작된 일본에서의 중세영어영문학 연구는 1백년 가까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영어학연구문헌서지:1900∼1996'가 1998년에 이미 간행된 것만으로도 일본 영어학연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한국중세르네상스영문학회와 한국영어학회는 일본에 비해 그 역사가 짧음에도 그 동안 많은 발전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내년 8월 중순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역사영어학대회가, 일본에서는 일본중세영어영문학회 창립 20주년 학술대회가 열린다. 이번 기회에서 국내학자들끼지의 연구에만 만족하지 말고,  유럽이나 일본에서의 유사 학회에 활발히 참석해 연구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