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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老 교수의 유서
기자수첩-老 교수의 유서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3.12.07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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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이 될 때까지 시신을 치우지 말고 장례도 치르지 말 것.”

故 이흥연 상명대 작곡과 교수의 A4 용지 6장짜리 유서의 첫 장은 이 한마디로 시작했다. 정년을 2년 앞둔 이 교수는 11월 28일 상명대 종합관 무용실 5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교수의 연구실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유서는 가족에게 남기는 A4 반 장짜리 글을 제외하고는 이 교수가 직접 세운 일반대학원 음악학과 컴퓨터음악 전공과 관련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박사과정 커리큘럼과 정원과 지원자, 박사과정 선발 채점에 이르기까지 학과 운영 전반에 관한 사안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걱정했던 것이다.

또한 같은 학과 겸임교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학과를 지키기가 매우 힘드네. 이 학과를 지켜주게. 소중한 씨앗이니…”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과 음악학과 컴퓨터음악 전공 동문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는 학과 통폐합 의혹을 제기하며 대학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대학원 음악학과 컴퓨터음악전공과 정보통신대학원 뮤직테크놀러지학과 컴퓨터음악전공의 커리큘럼이 올해 들어 유사해지면서, 통폐합 논의가 진행됐고 이 교수는 죽음의 순간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마지막 남기는 말에 “학교에 연구비 받은 것이 있는데 인쇄하고 학교에 제출해”달라고 적어, 마지막 가는 길에서도 연구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교수로서의 책임감을 잊지 않았다. 

현재 유가족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유족측은 “아버지의 죽음을 진상규명하지 않는 한 저희는 장례를 치를 수 없습니다”라며 상명대측의 진상규명을 촉구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교수의 제자들도 “아버지 같은 스승을 잃었다”라며 애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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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현 2003-12-13 01:12:02
마지막 순간까지 얼마나 괴로우셨을까..생각하니..
눈물이 고이네요.
꼭 진실을 밝혀주세요.
마지막엔 진실이 승리하니까요..!!

김지혜 2003-12-09 11:49:08
이일에 대해 말을 계속 바꾸는 학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학교,
지금 여러 교수들과 각 학생대표에게 전화를 돌리는 학교.
유서내용 자체가 잘못된거라며 25년 동안 학교에 헌신해온 교수를 욕되게 하는 학교,
8년동안 학교위상을 높여준 교수의 죽음을 외면하는 학교.
유서안에 분명히 실명이 거론된 교수를 최소한의 징계조치조차 안한채 오히려 감싸고 입을 맞추는 학교.
더군다나 더 신기한것은 그교수가 강사1년만에 전임이됬는데, 잔임된지도 몇년 안된 교수라는거.

머..교수님들이 보시는 신문이니..학교가 그럴만하지...라고 생각하시죠?
그렇습니다...전 학생으로써 학교가 이런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인지 전혀 몰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