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1:35 (금)
주간리뷰 : 『서양의 도덕교육 사상』(박재주 지음, 청계 刊, 376쪽)
주간리뷰 : 『서양의 도덕교육 사상』(박재주 지음, 청계 刊, 376쪽)
  • 김재홍 가톨릭대
  • 승인 2003.12.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덕철학과 교육의 접맥 모색

도덕 철학은 이론을 중시하는 '철학'의 한 영역이고, 도덕 교육은 도덕에 관한 이론을 어떻게 실천적으로 적용하느냐에 관련된 것으로 여겨진다. 도덕 교육이 도덕 이론을 전제로 인간에게 도덕에 관한 반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친다는 의미에서는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박재주 교수의 저서는 이 두 측면을 결부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쓰여진 연구서로 읽혀진다. 이 책은 헬라스의 소크라테스로부터 근대 철학을 거쳐 현대의 레비나스에 이르기까지 도덕 철학사상을 정리하는 일에 일차적 목표를 두고 있다. 나아가 이 책은 도덕 철학 내용을 어떻게 도덕 교육이라는 측면과 접맥할 수 있는지 하는 연결점을 여러 측면에서 시사해주고 있다. '도덕 교육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도덕 이론을 공부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상당한 지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시대마다 또 철학자에 따라 도덕 이론에 관련된 특징적 교육 방법과 내용을 논리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작업으로 여겨진다.

서양의 긴 철학사를 관통하면서 도덕 철학에 관한 이론을 잡아내려다 보니, 저자 자신이 어떤 관점에서 도덕 철학사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려 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여기에 학적 체계의 일관성이라는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적 도덕교육론의 입장에서는 도덕교과를 이론교과가 아닌 실기 교과로 다뤄야 한다. 마치 음악과 미술을 실기하듯."-본문 120쪽에서

도덕 교육을 실제로 수행했던 헬레니즘 시기의 스토아 철학자들의 도덕 철학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 헬레니즘의 감정 중심적, 삶 중심적 도덕 윤리 사상이 근대 철학의 도덕 사상에 깊은 영양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고대와 근대의 징검다리가 돼 준 서양 중세의 기독교적 철학에 기반하는 기독교적 윤리 사상도 빠뜨릴 수 없는 도덕 철학에 대한 중요한 관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의 학문적 관심의 '넓이'와 '깊이'를 동시에 읽을 수 없다는 약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나저나 원전에 대한 인용과 그 정확성이 결여될 때 오는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1장에서 플라톤의 '국가'(337a, 21쪽)에서 인용하고 있는 "그는 큰소리로 남을 골려주는 웃음을 웃는다네…" 이하의 대목은 철저한 오역이다. 이 문장은 소크라테스가 간접 화법으로 옮기는 구절이고, 그 아래는 트라시마코스가 소크라테스와 폴레마르코스의 대화에 끼어들면서 직접 하는 말이다. 이 대목에서 원어인 '시치미 떼기 술법(eironeia)'은 영어식 의미인 '풍자(아이러니)'로 옮기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박종현 번역 참고). 이런 사소한 점을 지적하는 것은 철학의 '정확성'이 실천적 교육에서도 적용돼야 할 가장 기초적 문제라고 생각하고, 또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오해를 제거하는 일도 저자가 짊어져야 될 교육철학적 신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재홍 / 가톨릭대·서양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