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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스스로 자기의식 변화 깨닫게 해
학생 스스로 자기의식 변화 깨닫게 해
  • 석연숙 이화여대
  • 승인 2003.11.12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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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명강의: D를 받아도 후배에게 추천하는 강의-조순경 이화여대 교수(여성학)
수업 중,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든다. “제가 며칠 전에 겪었던 일인데,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 함께 얘기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토론이 시작된다. 손을 들었던 학생이 먼저 사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말하면, 다른 학생들이 그를 뒷받침하거나 반론을 펴나간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쯤, 혹은 결론이 나지 않을 쯤, 교수님께서 덧붙이신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색한 침묵을 자연스런 토론으로

조순경 교수님의 ‘여성학’ 수업 전경이다. 물론 이처럼 학생이 문제제기를 해 토론이 시작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교수님께서 평소 무심코 넘겼던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시면 학생들은 뒤통수를 후려 맞는 듯한 느낌과 함께 문제를 고민을 하고 그때부터 토론이 시작된다. 학기 초에는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반론을 펴나가는데 익숙하지 않아 머뭇거리게 되는 게 보통이다. 토론이 이 수업의 묘미라는 것을 알고 수강했다 하더라도 막상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럴 때 교수님 특유의 침착함과 차분함이 빛을 발한다. 강의를 하는 교수님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사안을 설명하고 문제제기를 한 후에 학생들을 토론의 장으로 바로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여유를 준다.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러한 침묵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충분히 생각했다고 판단되면 다시 한번 학생들에게 발언을 요구하면서 토론을 이끈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발언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주는 짧은 여유는 토론을 위해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정비하는 시간이 돼 이후 토론을 활발히 이끌어갈 수 있게 한다.

수업 중에는 누구나 발언 기회를 갖는데, 말하고자 하는 학생은 앞에 나가서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 자기 자리에서 말해도 상관없지만, 교수님은 되도록 앞에 나와서 말할 것을 권유한다. ‘교실은 학생과 교수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고, 교단은 교수만의 것이 아니다’는 것이 교수님의 생각이다. 물론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도 있다. 여성에게 그것은 쉽지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성학은 이화 안에서 졸업하기 전에 꼭 한번은 들어봐야 할 수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현재 여성의 현실에 대해 인식하게 해주는 과목이기 때문이지만, 특히 조순경 교수님의 ‘여성학’ 수업은 기존 수강생들에 의해 강력하게 추천되고 있다. 학점에 까다롭게 신경쓰는 학생도 “수업 들어보시면 학점은 별로 상관 안하시게 될 거예요.”라는 말이 나올 만큼 수강생들에게 강의 만족도는 높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학점에 상관없이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학점 관계없이 큰 만족 얻어

수강신청 기간마다 올라오는 여성학 관련 질문에는 “D를 맞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수업이다”, “하나도 모르고 들었으나 수업을 통해 점차 생각이 바뀌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일이지만 집안에서부터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라는 리플들로 가득하다. 여성학에 대한 평가에는 무엇보다도 학생 자신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꼭 들어간다. 수업을 듣고 나서 얼마나 성장했으며, 얼마나 의식이 변화했는지 학생 스스로가 가장 먼저 깨닫는 것이다.

수업은 강의와 토론이 중심이지만, 관련 비디오를 보거나 여성단체 등에서 일하는 분들의 특강도 있다. 특강 후에 개인적으로 관련 활동을 시작하는 학생들도 많다. 학기 초에는 한 학기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쪽글도 부여한다. 분량과 내용, 형식은 자유롭고, 한 학기에 두 번 해당 주제의 수업이 이루어지는 주에 내면 되지만,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주제와 관련돼서 깊이 생각하고 체험한 것이라면 학기가 마치기 전 언제라도 제출이 가능하다. 중간․기말고사는 대체로 당시의 이슈나 과거의 여성관련 쟁점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문제가 나온다. 따라서 이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업을 통해 자신의 의식을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석연숙 (이화여대 2학년, 국어국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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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 2003-11-19 18:56:54
단편적인 한예를 가지고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의식을 깨닫게 해준수업이라 할수 있는가? 기본적인 지식이 없이 공통된 주제를 서로 의논하는 수업이 수업인가? 강의는 편하겠다.
제발 이제는 좀 깊이있는 수업을 좀 하자. 학생들이 어려운것 싫어한다고 언제까지 쉬운 쇼식 수업만 할것인가?
그리고, 이런 기사는 이제 좀 그만 기사화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