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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출판동향 : 보고서 형식의 단행본 출간 봇물
국내출판동향 : 보고서 형식의 단행본 출간 봇물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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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기반 다지는 오랜 노력의 결실들

학술연구의 기초자료로서 요긴하게 참조될 수 있는 자료집들이 연달아 출간되고 있다.

최근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들이 지난 3년간 연구한 결과물인 '20세기 한일간 지식정보의 생산과 흐름'(부산대출판부 刊)을 펴냈고, 지난주에는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의 '금속노동자의 생활과 의식', '금속노동조합과 금속노조 지도자'(이상 한울 刊)가 출간됐다.

이들은 각각 학술진흥재단 지원연구 3년의 결과물, 1년의 중간결산이라는 점에서 보고서 성격을 갖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한영구 중부대 교수가 일본 스미토모(住友) 재단의 연구지원을 받아 연구에 착수한 '현대 한일관계 자료집Ⅰ'이 첫 웅자를 드러냈다.

열정과 노고의 측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지난 1백년간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 대해 연구한 단행본을 분야별로 집대성한 부산대 최정태 교수팀의 작업이다.

이 연구는 이미 지난해 5월경 중간학술발표를 했을 때 각계의 관심을 한 몸에 모았던 바 있다. 그 때 발표된 총론을 시작으로 해서, 이번 자료집에는 정치·경제, 사회, 문화, 역사 분야에서 한일 양국 지식정보의 생산과 흐름을 개별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실었고, 6장에서는 조선총독부의 지식정보정책과 간행물을 분석한 글을 독립적으로 실었다.

'부록'은 조선총독부 간행물 목록을 '총서 및 개별 서명', '주제별·연도순 단행본'으로 나눠서 실은 1부와 한일간 연구저서목록을 '한국에서의 일본연구'와 '일본에서의 한국연구'로 나눠 실은 2부로 구성된다.

연구팀은 양국에 나와 있는 각종 도서목록집과 연구소 자료 등을 총괄해서 작업했다. 개별 논문은 제외하고 단행본만 대상으로 삼았지만, 대부분의 논문이 모여서 단행본으로 나오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고 최정태 교수는 밝히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 중 '한국에서의 일본연구'가 약 3천5백종, '일본에서의 한국연구'가 약 7천종이었다. 이것은 다시 정치외교군사, 경제산업통상, 역사, 행정, 사회, 교육, 법, 문화예술, 사상종교철학, 어문학, 기타로 세분했고, 1901년부터 1909년까지를 '식민통치 준비기'라 해 제1기로 잡고, 이렇게 총 7기로 시기를 구분해서 통계를 냈다.

13쪽에 나오는 <표 1-1>은 이런 구분에 의해 한국에서 생산된 일본관련 단행본을 총괄한 것이다. 주제별 비율을 볼 때 경제산업통상 분야가 32.2%를 차지하고 사상종교철학 분야가 1.8%를 차지해 그 음영이 두드러지고, 시기적으로 볼 때 단행본 출간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제7기인 1985년에서 2000년까지다.

경상대 팀의 보고서는 'IMF 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성립한 '1987년 노동체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연구하기 위해 2001년 10월부터 2년 동안 총 15명의 국내외 노동문제연구자들이 대규모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만든 기초현황보고서다.

2002년 6월 현재 금속노련 소속 영남지역의 92개 노조와 노조원 8만3천명을 대상(실제 표본수 약 2천5백명)으로 노조와 공동 설문을 실시해 노동자들의 생활 실태와 주객관적 의식, 노조의 실태 및 문제점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현 시점의 한국 노동계급과 노동운동의 좌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이런 점을 살필 수 있다. 15년 이상의 근속년수와 40대 이상의 연령층이 전체의 50%를 차지해 고령화 현상의 뚜렷한 진행, 이에 따른 교육, 의료, 주거비 부담의 증가가 가계경제의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 또한 주거의 안정성은 높지만 주거비 부담이 가계채무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난다는 점, 노사관계에서는 경제위기 전후로 점차 협조적 관계로 바뀌고 있다는 점 등이 드러난다.

또한 노조 지도자와 관련해서는 각 위원장들의 경력형성, 정책방향 및 상급단체 활동에 대한 평가, 노사관계 및 노동운동에 대한 견해를 모아놓고 있어 향후 한국 노사관계의 진로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 한일관계 자료집Ⅰ'은 1965년부터 1979년까지 한일간 주요 자료 및 문서, 조약 및 협정에 대한 자료를 담고 있다. 1994년부터 양국의 외교문서 대외공개로 이 작업이 가능했지만, 아직 중요한 사항들은 공개되지 않는 현실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학계의 자료구축 및 단행본 출판은 국가기관의 각종 자료집에 나타나는 거시적 지표들과 서로 상관관계를 이루며 학문의 발전을 앞당기는 시금석이다. 이 오랜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좋은 연구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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