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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시위 참석 이유로 교수 재임용 탈락시킨 경성대
학내 시위 참석 이유로 교수 재임용 탈락시킨 경성대
  • 이혜인
  • 승인 2020.03.19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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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에 복종”, “단체행동 금지” 조항 담은 경성대 교직원행동강령이 근본 원인
학교 측, 매주 시위 때마다 참석자 채증해 교원업적 점수에 반영
경성대학교 전경

 경성대가 학내 시위에 참석한 교수에 대해 재임용을 거부해 교수 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경성대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인 A 교수는 2월 27일 학교 측으로부터 재임용 심의결과 통지서를 받았다. 결과는 재임용 부결이었고, 사유는 “재임용 요건 미충족”이었다.

경성대의 교수 재임용에는 교수 개인의 교육업적, 연구업적, 봉사업적 등의 점수가 고려된다. A 교수의 경우 교육업적, 연구업적 점수가 모두 충족되었지만 봉사업적 점수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문제는 봉사업적 점수의 산출 방법이었다. A 교수는 대외 자문위원 활동 등을 통해 학교 측이 요건으로 정한 봉사업적 점수(연 평균 30점)를 이미 충족했다. 하지만 A 교수의 봉사업적 점수는 마이너스 수백 점이었다. A 교수가 학내 집회에 참석할 때마다 꼬박꼬박 50점씩을 삭감 당한 까닭이었다.

작년 봄부터 경성대 교수협의회는 직원노조, 총동창회 등과 더불어 총장 퇴진 및 대학 정상화를 위해 거의 매주 학내 집회를 개최해왔다. 이모부 총장과 조카 이사장의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학교 측은 집회가 열릴 때마다 영상 채증을 통해 참석 교수들을 특정하고 경고장을 발부했다. 교수협의회 간사를 맡고 있는 A 교수가 작년에 받은 경고는 무려 16회였다. 

대학 내에서 구성원들이 집회를 여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교수들의 학내 집회 참여를 경성대 교직원행동강령 위반이자 교원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경성대 교직원행동강령은 2015년 제정되었는데, 당시에도 언론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교직원은 총장 및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교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관련 직무 외의 일을 위한 단체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와 같은 시대착오적이고 초헌법적인 조항들을 담고 있는 까닭이었다.

이 강령이 논란이었던 2015년 당시 김철범 학무부총장은 해당 강령이 교직원들의 인식을 높이려는 목적일 뿐이며, “이를 어겼다고 해서 패널티를 주거나 징계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하지만 A 교수의 이번 재임용 불가 사유가 교직원행동강령 위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당시 학교 측의 해명이 교직원들은 물론 언론조차 기만한 행위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경성대의 A 교수 재임용 거부는 또 다른 문제도 안고 있다. 학교 측이 구성한 교수들로 이루어진 인사위원회는 지난 2월 24일 A 교수의 재임용을 가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법인 이사회는 인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뒤집고 부결로 결정했다.

사립학교에서 인사위원회가 교수 재임용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갖는 기구는 아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는 법인 이사회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에서 설치를 강제하고 있는 기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 이사회가 인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송두리째 뒤집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경성대 교수협의회 의장 김호정 교수(패션디자인학과)는 “A 교수에 대한 재임용 거부는 총장 퇴진 운동에 대한 보복에 다름 아니다. 우리 대학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기에 대학 정상화를 위해 교직원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비록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A 교수가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교육부에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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