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8:05 (토)
인색한 정부 연구비지원…이공계, 인문사회 10배 웃돌아
인색한 정부 연구비지원…이공계, 인문사회 10배 웃돌아
  • 허영수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점 : 전국 4년제 대학 연구비 실태 분석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 최근 대학의 연구 활동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대학내 연구개발을 위한 정부 기관의 연구비 지원은 여전히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정책연구과제 ‘전국 4년제 대학의 2001년도 연구비 실태 분석’(연구책임자 강영삼 국민대 교수)에 따르면, 연구인력의 상당수가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반면, 국가연구개발 예산인 총 4조4천8백53억원 가운데 대학에 지원되는 학술 연구비는 모두 1조6백39억원으로 전체의 23%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학의 연구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고려가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 등 민간 단체들이 자체 응용·개발 연구에 비해 대학의 기초 연구를 위한 연구비 지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 각 정부 부처의 연구비 지원과 한림과학원, 성곡학술재단, 포항제철 등의 민간 기관의 지원, 대학 자체 지원 등을 총망라한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연구비 총액 가운데 국립대 BK21 지원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상위 10개 대학에 연구비 편중돼<기관별 연구비 지원현황>

우리나라 1백93개 4년제 대학의 2001년도 학술 연구비 총액은 1조4천7백8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부 기관에 의한 연구비 지원은 1조6백39억원으로 전체 연구비의 73%를 차지했다. 반면 민간기관에 의한 연구비 지원은 2천5백57억원(17%), 대학자체 연구비 지원은 1천2백75억원(9%), 기타기관 지원은 2백9억원(1%)이었다. 여기서 정부 기관에 의한 연구비 지원 규모는 2001년 전체 정부연구개발예산 4조4천8백53억원 중 23%에 해당하는 것이다. OECD 가입국가인 미국이 35.1%, 일본37.8%, 영국 46.7%, 독일 43.9%, 프랑스 41.1%인 것에 비할 때 매우 낮은 수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2001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평가 결과’, 2002)또한 이번 보고서는 우리나라 1백93개 4년제 대학의 학술 연구비가 상당수 정부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등 대학내의 연구개발 지원에 대한 민간기관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한편, 기관별 현황을 보면, 서울대가 국가 정부기관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반면, 민간기관에 의한 지원은 포항공대가, 대학 자체에 의한 지원은 연세대가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는 정부 기관의 지원 총액 중 10% 이상의 연구비를 받는 등 정부기관의 연구지원사업비가 서울대에 여전히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병익 교육부 학술학사지원과 사무관은 “국내 박사급 연구인력 가운데 76.5%가 대학에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조에 가까운 국가의 연구개발비 가운데 1조만이 대학에 투자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초연구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교수 1인당 학술연구비

연구비 수혜의 바로미터인 교수 1인당 학술 연구비가 가장 높게 나타난 대학은 포항공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비를 각 대학의 전임교원수로 나눴을 때, 포항공대의 교수 1인당 연구비는 3억8천17만원이었으며, 뒤이어 광주과학기술원(3억3천2백63만원), 한국과학기술원(2억3천3백73만원), 이화여대(1억2천12만원)가 1억원 이상이었다.

다음으로 한국산업기술대(8천5백52만원), 서울대(8천4백39만원), 연세대(8천3백55만원), 아주대(7천2백37만), 고려대(6천8백19만원), 성균관대(6천3백30만원) 순이었다. 이는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 등의 특성화 대학들이 과제당 연구비가 많이 책정되는 이학·공학 분야에서 상당부분 지원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연구비 총액을 전국 4년제 대학의 전체 전임교수 4만5천8백28명으로 나눈 전국 대학 교수 1인당 평균 연구비는 3천2백25만4천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 연구비 규모

전체 연구비 총액에서 2001년도에 학술연구비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대학은 서울대로, 1천2백64억원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포함되지 않은 국립대 BK21 지원금까지 더한다면, 2001년 서울대 연구비 총액은 1천7백62억원으로, 조사된 1백93개 4년제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비를 받았다. 다음으로 연세대가 1천1백2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서울대의 뒤를 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세대의 연구비 총액이 전체 대학의 연구비 총액 가운데 20%를 차지한 데다, 상위 10개 대학의 연구비 총액이 전체 연구비 총액의 50%를 차지하는 등 연구비의 편중현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서울대, 연세대 다음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은 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8백55억원), 포항공대(8백9억원), 고려대(6백50억원), 성균관대(5백78억원), 한양대(5백50억원), 전남대(3백90억원) 순이었다.

학문분야별 연구비 지원

학문간 연구비 지원 격차도 두드러졌다. 정부기관에 의한 전체 지원액 가운데, 공학(50%)·이학(21%)·의약학(14%)·농학(6%) 등 이공계에 지원되는 비율이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반면 어문학(1%)·인문학(2%)·사회과학(4%)·예체능(1%)에서의 지원액은 이에 비해 턱없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문사회계열은 전체 지원액의 10%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양상은 민간기관에 의한 지원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재단, 한림과학원, 성곡학술재단, 서남재단, 포항제철, 연암문화재단 등 민간기관에 의한 학문분야별 연구비 지원 비율은 공학 61%, 자연 16%, 의약학 11%, 사회 5%, 인문 2%, 예체능 2% 등으로, 이공계열이 전체 연구비의 90%를 차지했다.

학분 분야별 상위대학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는 학술 연구비 지원 규모에 있어서 학문분야별로 상위 대학이 각기 다르게 나타날 뿐 아니라, 2001년도에 가장 많은 연구비를 받은 서울대가 농학을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서 더 이상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비 규모가 가장 큰 공학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원이 6백81억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으며, 서울대가 4백77억원의 지원을 받아 그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 포항공대(4백50억원), 한양대(4백8억원), 연세대(3백90억원)가 공학 분야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학에서는 포항공대(3백49억원), 연세대(2백66억원), 서울대(2백24억원), 고려대(1백78억원), 한국과학기술원(1백71억원) 순으로 연구비 지원을 받았으며, 의약학의 경우는 연세대(3백12억원)가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그 다음으로 서울대(2백89억원), 성균관대(1백74억원), 가톨릭대(1백16억원), 아주대(73억원)가 많은 지원을 받았다.

사회과학의 경우 고려대(91억원), 이화여대(81억원), 서울대(44억원), 성균관대(42억원), 전남대(38억원) 순이었으며, 인문학의 경우 고려대(56억원), 연세대(46억원), 서울대(23억원) 순으로 지원을 받았다.
어문학의 경우,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대학은 한국외대(35억원)였으며 서울대는 상위 20개 대학 내에 들지 못했다. 한편, 농학은 서울대(1백99억원), 수·해양학은 부경대(65억원), 예·체능 분야는 홍익대(13억원)가 학술 연구비를 집중적으로 지원받았다.

SCI급 논문 가운데 이공계열 논문 96% <학술지 게재 논문>
학술연구실적과 관련, 연구팀은 2001년에 전문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전체 11만4천7백87편이며, 이 가운데 교육부 또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이 A, B급으로 분류한 국내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3만8천7백38편,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1만9천7백29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96%의 논문이 자연과학 계통의 논문을 다루는 SCI에 게재됐으며,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다루는 SSCI와 A&HCI에 게재된 논문수는 4%인 것으로 보고했다.
SCI급 국제학술지에 가장 많은 논문을 게재한 대학은 서울대로, 2천6백99편을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다음으로, 한국과학기술원(1천2백11편), 연세대(1천1백85편), 고려대(1천1백73편), 성균관대(7백88편) 순이었다.
한편, 연구팀은 학술연구비 정책의 문제점으로 △기관에 따른 관리 규정의 다양성으로 인한 혼란 △평가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두는 불합리한 연구비 관리정책 △연구비결재과정에서의 연구자간의 의견 불일치 등을 지적했으며, ‘표준화된 연구비 관리규정 마련’ 등을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