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을 사랑할 수 있었던 위대한 영혼
'간디자서전'은 간디가 어린 시절부터 1920년대 초반의 비폭력운동, 곧 독립운동의 전반부까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자서전은 간디가 이미 마하트마(위대한 영혼)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로 커다란 대중적 명성을 얻은 이후에 저술한 것이지만,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면, 어릴 때 도둑질했던 이야기, 변호사가 됐지만, 첫 소송사건에서 너무 긴장해 변론을 한마디도 못하고 내려왔던 일 등이 그대로 나온다. 영국과의 비폭력투쟁에서도 참가자들 중에서 일부가 폭력을 사용한 것을 알게 되자, 이를 '히말라야와 같은 오산'이라고 생각하고 몹시 괴로워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위인전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읽고 나면 '위대한 영혼'과 함께 진실의 세계를 체험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간디는 자서전 전부를 진리 실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뿐이라고 전제한다. 즉, 남아프리카에서의 비협력 운동이나 이후 인도 독립운동 모두 과학자가 진리를 찾아내려고 실험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이렇게 "진리를 찾아가는 사람은 겸손해져야 한다. 티끌에게조차 짓밟힐 수 있으리만큼 겸손해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겸손과 아힘사(비폭력)의 정신이 책 전체에 녹아 있어, 읽고 나면 깊은 감동과 함께 인간 자체에 대한 신뢰와 평화에 대한 비전을 얻게 된다. 바로 지금, 이라크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정책 담당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부길만 동원대·출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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