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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모임을 찾아서 : '비평과 전망' 동인
연구모임을 찾아서 : '비평과 전망' 동인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10.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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痛症 속의 문학 꿈꾼다

 

 

 

 

 

 

'비평과 전망'(이하 '전망') 문학 동인이 간만에 모여 도원결의를 다졌다. 잡지발행이 고작 6개월 늦어졌을 뿐인데, 오랜만에 보는 것처럼 반갑다. 지난 25일 마포구 성산동의 허름한 삼겹살집은 문인들로 시끌벅적했다. '비평과 전망' 7호를 1년만에 펴낸 '전망' 동인들이 필자들을 초청해 뒷풀이를 연 것이다.

'전망' 동인이 처음 등장한 1990년대 후반, 문학권력에 대한 이들의 도전은 장안의 화제였다. 창비와 문지, 그리고 신흥권력으로 등장한 문학동네가 선택-배제의 비평활동을 통해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다며 실명 비판한 이들의 작업은 시의적절한 것이었고, '인물과사상' 등의 동조와 측면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들 이슈메이커들은 주류비평가들로부터 묵살과 냉대를 받았지만 역공도 있었다. "비평가적 자의식과 깊이의 부족"이 주요한 반응이었다. 이런 과격한 되받아치기에도 굴하지 않고 이번 7호에서는 김춘식 씨의 글에 답하는 방식으로 홍기돈 씨가 글을 실어 논쟁의 맥을 잇고 있다.

이명원 편집주간을 비롯해 문학평론가 홍기돈, 고명철 씨 등 동인 3인방은 비평담론의 뉴에이지적 거점으로 잡지를 꾸리면서 영화평론가 하상일, 강성률 등을 영입, 70년대산들의 연대를 넓혀나갔다. 그런데 이번 7호를 마지막으로 영화평론가 2명이 동인을 떠나게 됐다. 이명원 주간은 "워낙 그쪽 동네가 바쁘다보니"라고 말을 흐렸지만 영화와 문학의 생리와 사이클이 맞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고 부연한다.

동인은 줄었지만 오히려 초심을 다잡는 기회가 됐다. 비평 전략도 약간 달라졌다. 이번 7호에서는 신진작가들의 소설과 시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그 동안 '비평과 전망'의 커버 특집은 90년대 한국문학 비평의 계보학에서 출발해 문화제도의 생산성과 불온성, 참호 속의 지식인들 등 모두 '비평'에 무게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면을 만나지 못한 좋은 작품에 문을 연다는 목표를 세웠고, 비평의 본령인 작품읽기와 물기 촉촉한 작가 인터뷰도 넣는 등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졌다.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닐까란 의심도 들지만, 그건 아니다. 지난번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실린 임규찬 성공회대 교수(국문학)의 '젊은 비평가 문제삼기' 관련 글에 대해 이미 '오마이뉴스'에서 한판 붙는 중이고 이번 호의 머리말에도 "통증이 사라진 문학장에 보다 역동적으로 개입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동적 개입이 충분히 살펴지지는 않는다. 김춘식의 글을 반박한 홍기돈의 글이 유일한데, 문학권력 비판의 문학사회학적 의의를 변호하는 데 역점을 둬 미진한 감이 있다. 그리고 머리말에 "20여종 이상의 신종 문예지들이 '비평과 전망'을 벤치마킹하면서 등장했다"라고 하는 부분에선 '교만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불만은 작품들을 읽어가면서 서서히 상쇄된다. 특히 한지혜의 단편 '자전거 타는 여자', 이일경의 단편 '아무것도 하지 않는'은 자아 내부에서 진행되는 심리의 미묘한 결을 예리하고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수준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작가 공선옥을 인터뷰한 이명원의 '하야우중:슬픔이 거기 있었다'는 한 작가의 슬픔의 깊이를 훔쳐보는 비평적 감수성과 그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박노자의 저작들을 검토한 출판평론가 최성일 씨의 글 또한 다른 지면에 발표하는 그의 북리뷰들보다 훨씬 명쾌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이제 '전망' 동인들도 작가들을 키우게(?) 됐다. 이것은 문학권력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물론 실력에 비해 그 평가가 눈에 띄게 저조한 공선옥 같은 작가나 그 외 신진작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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