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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리뷰: 『여성노동운동과 시민권의 정치』(오장미경 지음, 아르케 刊)
주간 리뷰: 『여성노동운동과 시민권의 정치』(오장미경 지음, 아르케 刊)
  • 손승영 동덕여대
  • 승인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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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화 된 노동시장의 검토해야

손승영 / 동덕여대, 여성학

한국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민주화에 대한 요구와 시민사회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가운데, 여성노동운동과 시민권 이론을 접목함으로써 여성노동운동 역사를 새롭게 고찰한 본 저서는 매우 환영할 만하다. 여성운동의 흐름을 역사적 맥락에서 정리하는 데만 급급했던 기존 연구들에 비해, 이 책은 시민권에 대한 논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분석틀과의 연계 속에서 여성노동운동의 방향을 다각도로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의 여성들이 ‘여성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의 여성노동운동 과정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성노동운동과 관련된 문헌분석, 통계자료, 회의록 분석, 심층면접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포괄적인 자료를 수집했다. 이 자료들을 정리한 결과, 기존의 시민권 개념은 남성중심적인 것으로 한계가 있음을 비판한다. 따라서 여성의 경험이 보다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재생산권 및 신체 자기결정권 등 폭넓은 권리를 포괄하는 사회문화적 권리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즉 여성노동자를 사회운동의 핵심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의 요구를 중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다루며, 여성노동운동 과정을 시민권 쟁취를 위해 투쟁한 ‘시민권의 정치’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시민권 이론으로부터 시민적 주체인정, 시민적 공공성 확립이라는 성과 외에도, 여성주의적 관점을 적용해 한국 여성은 ‘모성’과 ‘취업주부’라는 정체성을 지닌 관계적 주체로 여성노동운동을 이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이분법을 폐지하고 사적인 것을 공적인 것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시민권 개념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본 저서는 시민사회에 대한 것 뿐 아니라, 페미니즘과 시민권을 결합하고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소개하고 여성노동운동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방향을 제공해주고 있다.

"여성들의 분리조직이 민주화 이슈를 제기하는 데 장애가 되며, 사회운동을 분열시킨다는 오해는 우리 사회가 실현해야 할 보편적 과제로 전환된다"

그러나 저자가 서문과 결론에서 밝히듯 이 책은 여성노동운동 과정의 서술과 묘사에 치중해있기 때문에 분석력이 약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한국의 여성노동운동을 시민권 정치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선 성공적이지만, 여성노동운동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분석틀 마련하고 있진 못하다.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축으로 한국 여성노동운동을 위치지우고,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을 평가하는 분석틀로 자리잡기엔 부족함이 많다.

탈근대산업 사회에서 전지구적 자본축적체제의 일환으로 등장한 신국제노동분업으로 여성 노동력이 임시직, 시간제, 계약제 등으로 하향평가 받고 있는 지금은, 여성노동운동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 방향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시민사회-여성노동의 관계를 신국제노동분업 체제 속에서 분석하고 여성주의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선 포괄적 관계를 포함할 수 있도록 분석틀을 확장, 성별화된 노동시장에 대해 보다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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