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인용하세요』에서는 성별·연령·국적은 물론 거주 행성까지 다양한 화자들이 “있을지 없을지 모를” 시공간에서 “진지한 이야기”(하혜희)를 나눈다. 시인은 입력된 규칙대로 행동하지만 그 규칙의 목적이 무엇인지 규칙을 입력한 사람조차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기계를 시의 화자로 등장시켜 기계들의 규칙이 어떤 알레고리를 만들어내는지 지켜본다. 형식 자체가 시가 되고 배후에는 의미가 없다. 김승일의 시를 무엇이라 부르든 규칙에 동의하는 순간 설득당하는 것은 분명하다. 저자 김승일 |문학과지성사 |페이지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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