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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와 4차산업혁명
터미네이터와 4차산업혁명
  • 교수신문
  • 승인 2019.11.1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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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동국대교수)
정재형(동국대 교수)

새로운 <터미네이터>가 다시 귀환했다. 터미네이터가 떠나면서 하던 유명한 말, “돌아올거야(I’ll be back!)“는 한동안 인구에 회자했다. 이번에 돌아온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보니 주인공이 돌아오는게 아니라 기계와의 싸움이 다시 벌어진다는 느낌으로 와닿았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기계문명과 인간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는 영화다. 지금 4차산업혁명시대에 막 들어서려는 시점에 다시 이 영화를 대하니 곧 벌어질 기계문명과의 대격돌이 느껴진다.  
 
기계문명과의 싸움에는 두 인물을 항상 떠올린다. 한 명은 백남준이고 다른 한명은 스티브 잡스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을 직접적으로 예고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라 생각한다. 백남준의 필생의 작업은 인터렉티브(interactive)였다. 갤러리에 턴테이블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지나다니면서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수 있는 장치를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엄숙하고 진지한 미술작품과는 달리 아이들이 장난치며 놀수 있는 무슨 장난감 같기도 했다. 그가 비디오 아트로 방향전환을 하게 된 계기는 아마 TV가 인간의 일상을 지배하며 소위 ‘바보상자’로 기능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을 것이다. 그는 영상시대로 들어가면서 인간이 TV의 노예가 되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비디오 아트를 창안해 낸다. 비디오 아트란 일방적인 TV 영상 대신 시청자가 조작가능한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새로운 쌍방향 TV인 셈이다. 이렇게 쌍방향성 기법을 통해 인간이 기계를 조종하는 조종자의 입장이 되도록 해주었다. 예술이 기계문명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숭고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인터렉티브한 상품을 제시하였다. 그는 휴대폰이 더 이상 전화기가 아니라 생활의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며 인간이 기계를 지배하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잡스의 아이폰으로 발단된 스마트폰은 여전히 미래 시장을 장악해가는 지금 시대 최고의 상품이다. 그것은 디지털 문명의 성격을 단적으로 증명하며 4차산업혁명의 주력산업인 스마트 기술의 총화인 셈이다. 스마트기술은 끝난 게 아니다. 여전히 진화중이며 4차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SF적인 상상력으로 미래 펼쳐질 인간과 기계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려낸다. 인간과 기계의 싸움은 산업혁명 즉, 2차산업혁명시대부터 있었던 오랜 유전자다. 기계란 무엇인가. 그것은 산업혁명 이전의 노예들을 대체한 것들이다. 인간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예를 부려야만 했던 역사는 오래 되었고 문명이 그 이전 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다. 기계로 인해 인간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산물이며, 그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인간 사회의 갈등으로 자폭할 수도 있는 건 필연적 운명이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 않고 대신 공포와 불안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엄중한 미래를 다룬다. 인간에게 미래란 항상 두 가지 감정으로 다가왔다.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웠던 현재의 상태를 즐겁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설레임과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 소모되고 비참하게 버려질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 두가지 감정이 항상 공존해 왔던게 사실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떠들썩한 이 시기 흥분도 되지만 한편으로 쿨한 감정으로 마음을 챙기면서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조용히 응시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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