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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고 사진만 남았다. ‘영원의 단두대’처럼
그는 가고 사진만 남았다. ‘영원의 단두대’처럼
  • 교수신문
  • 승인 2019.11.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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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생애를 거슬러 올라가며 모든 풍경에서 풀 한 포기 바위 한 덩어리 놓치지 않으려고 샅샅이 훑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저자 피에르 아술린|을유문화사 | 페이지 636

카르티에 브레송은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그는 단순히 주변 풍경이나 일상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역사적인 현장에 기꺼이 참여함으로써 사진을 통해 시대를 증언하는 임무를 떠안았다.

스페인 내전과 조지 6세의 대관식, 해방된 파리, 폐허가 된 독일, 간디의 장례식, 중국의 내전 현장 등을 담은 그의 사진은 20세기의 역사 그 자체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텔레비전에도 거의 출연하지 않았고,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증거를 대다 보면 결국 진실이 죽어 버린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결국 사진들만이 우리 앞에 남았다. 우리는 이 대가가 남긴 사진과 그가 사진에 대해 취했던 태도, 지나가면서 했던 말 들을 토대로 그의 예술관을 짐작할 따름이다. 이 전기가 중요성을 띄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정진국 평론가의 표현대로 저자는 “거장의 생애를 거슬러 올라가며 주변의 모든 풍경에서 풀 한 포기 바위 한 덩어리 놓치지 않으려고 샅샅이 훑었다.”

2004년, 거장의 장례식에 참석한 저자는 생전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말이 적힌 일종의 명함을 한 장 받는다. 거기에는 카르티에 브레송의 필치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진은 영원을 밝혀 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다.” 마찬가지로 아술린의 이 전기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해 주지 않을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카르티에 브레송이 살았던 순간을 영원히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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