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들려준 것과 숨긴 것-영국 모험소설의 정치적 무의식』은 이제껏 훌륭한 고전으로 취급되어 온 영국의 모험소설을 분석대상으로 한다. 『로빈슨 크루소』나 『걸리버 여행기』 같은 모험문학들이 아동문학의 원조로서 많은 당대뿐 아니라 후대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과는 별개로, 이 책들은 동시에 당대 정치 선전도구로서 깊숙이 연루되어 있었다. 예컨대 영국 모험문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구조를 영제국의 식민지 경영이라는 맥락으로 재해석해 보자. 이때 로빈슨 크루소가 난파당한 섬에서 미니 정착촌을 건설하는 모습은 원형적인 제국주의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모험소설들이 대체로 영국인 주인공이 인종적 타자를 정복하는 줄거리를 갖는 한 거의 모든 작품들은 제국의 승리주의적 남성성을 찬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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