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9 11:14 (월)
[북적북적, 요즘 이 책] 가을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재즈와 친해 보지 않겠습니까?
[북적북적, 요즘 이 책] 가을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재즈와 친해 보지 않겠습니까?
  • 교수신문
  • 승인 2019.10.17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즈를 듣다(원서명: Jazz Standards) | 테드 지오이아 저/강병철 역 | 꿈꿀자유 | 페이지 840

이 가을엔 재즈를…
영화 '조커'에 암울한 영상과 행복한 재즈의 절묘한 조화가 없었더라면…

그제 개봉영화 <조커>를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여운이 남아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도 한참을 일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는 소외되고 배려받지 못한 한 인간의 우울과 광기를 가슴 저미게 담았습니다. 웃고 있지만 그것이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배우의 얼굴 속에서 누구나 가슴 한켠에 안고 있을 절망과 좌절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음울한 스토리와 상반되게 'Smile', 'That's life' 같은 행복한 올드 재즈가 흘러 극적 아이러니를 연출했습니다. 이렇게 절묘하게 배치된 재즈 배경음악이 아니었다면 아마 영화의 재미는 반감됐을 겁니다.

재즈 음악 하면 사람들은 왠지 키치(kitsch)하거나 보보스(bobos)스런 도회적 취향을 가진 일부 마니아들의 음악일 거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재즈를 낯설고 어렵다고 느끼는 것도 애호층을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의 고정관념도 깨고 가을에 어울리는 새로운 감성을 경험해보라는 뜻에서 재즈와 친해지는 데 도움을 줄 책을 한 권 추천하려고 합니다. 일반적인 책들과 달리 이 책이 좋은 점은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귀가 즐거워지는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일 겁니다.

원저 『Jazz Standards』(2012)의 저자인 테드 지오이아는 베테랑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평론가, 음악 역사가로 재즈 관련 도서 10여 권을 썼으며, 두 권이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될 정도로 재즈에 관한 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분입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재즈 음악가와 애호가들이 재즈 탄생 이래 수없이 반복 연주하고 청취하는 재즈 표준이라 불릴만한 ‘불후의 명곡’으로 252곡을 선정하여 곡의 유래와 감상 포인트, 다양한 연주 레퍼토리를 소개합니다.

이 책의 번역서 『재즈를 듣다』(2018)의 번역자인 강병철 선생님은 본인도 35년간 재즈를 들었고 재즈 음반만 무려 1만 장을 보유한 재즈 마니아이자 전문가입니다. 1998년부터 PC통신 유니텔 재즈 동호회 <블루노트>에 ‘꿈꿀자유’란 필명으로 460여 회에 걸쳐 재즈 일기와 포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2년간 ‘재즈의 명반’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저자와 번역자의 이력만 봐도 재즈 문외한들에게 충분한 가이드를 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즈는 생각만큼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반대로 매우 재미있는 음악입니다. 재즈는 음악을 놀이의 도구로 삼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즈는 ‘재미를 추구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재즈를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재즈가 처음부터 ‘낯설게 하기’를 음악의 목적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원곡이 있을 때 재즈는 셀 수 없이 다양한 변주곡을 만듭니다. 원곡의 조를 바꾸고, 리듬을 잘게 나눠 엇갈리게 하고, 원곡의 화성을 비틀어 의도적으로 긴장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니 처음 재즈를 접하는 사람들은 멜로디, 리듬, 화성 어느 것 하나 익숙하지 않은 전개에 시작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겁니다.

와인과 친해지기 위해선 와인을 공부하듯 배우기보다 직접 맛을 보고 음미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처럼 재즈와 친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즈 교과서 같은 책을 읽고 공부할 필요없이 호기심 가는 음악을 들어보고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음악으로 범위를 넓혀가면 됩니다. 재미 연구자로서 재미를 연구해보면 새로운 취향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음식의 맛을 느끼는 일과 같습니다. 처음엔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맛에 저항감부터 느낄 겁니다. 그런데 몇 번 반복해서 맛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왜 그런 새로운 맛을 맛있다고 느끼는지 알게 됩니다. 맛을 느끼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맛을 잘 모르겠다고 실망하거나 포기해선 안 됩니다.

재즈는 실험정신이 가득하고 모든 시도를 가능하다고 믿는 열린 정신을 기초로 삼는 음악입니다. 재즈는 태생부터 지배자와 노예, 정격과 파격, 질서와 혼돈이 섞여 있고 싱코페이션(당김음)과 불협화음, 즉흥 연주가 난무합니다. 고정된 틀을 거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재미있는 음악이 바로 재즈입니다.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Take five’라는 재즈의 대표곡을 보면 그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3박과 2박이 섞인 불협 리듬이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책에는 이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곡들이 빼곡히 담겨있습니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추천 녹음>이란 내용으로 원곡의 다양한 변주곡들을 찾아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고, 유튜브라는 문명의 이기로 무엇이든 찾아 비교하면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재즈 애호가들에겐 축복입니다. 하루에 한 곡씩만 들으면 일 년 동안 들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새로운 청음의 즐거움에 빠져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김선진 경성대 교수
(디지털미디어학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