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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8시간 강의, 계약 조건 협상도 없어"
"주 18시간 강의, 계약 조건 협상도 없어"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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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준영 동덕여대 강의전임교수협의회 회장

▲정준영 동덕여대 강의전임교수협의회장 © 허영수
△ 동덕여대 강의전임교수협의회가 구성된 배경은.
"지난 6월 동덕여대에 교수·학생·교직원을 중심으로 총장퇴진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학생들에게 교수이면서도 교수가 아닌 우리들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 그 와중에 교육부에는 전임교수로 보고되지만, 실제적으로는 비전임교수로 운용되고 있는 동덕여대 강의전임교수제도의 실체가 드러났다. 대학의 부도덕적·비합리적 행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 동덕여대 강의전임교수제도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현재 모두 28명의 교수들이 있으며, 독서와 토론, 영어, 컴퓨터 등의 교양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 줄어들긴 했지만 강의시수는 주당 18시간이어서 강의부담이 큰 편이다. 채용될 당시 계약서를 쓰는 절차도 없었다. 계약 조건을 협상하지도 않았으며 모든 것이 구두로 이뤄졌다. 올해 총장퇴진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대학이 교육부에 강의전임교수들을 전임으로 허위보고한 사실이 폭로되자, 강의전임교수협의회에서 대학 본부측에 관련 규정과 내규 등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학내 규정집을 다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다만, 교육부에 전임으로 보고돼 있었기 때문에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고, 의료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등의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었다."

△ 강의전담교수제도가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지원책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학재단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우리나라 사학의 특수한 사정을 놓고 보았을 때, 과연 겸임교수제도나 강의전담교수제도가 원래의 취지대로 시행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학 행정이 투명한 극소수의 사립대를 제외하고는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재정적 부담을 줄이면서 교원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과중한 강의시수, 낮은 급여, 잡무 등을 볼 때 지금처럼 시행된다면 지원책이 아니라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 강의전담교수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틀이 마련되기 전까지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시간강사에게 교육의 절반 이상을 맡길 때까지 내버려두면서도, 여전히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에 인색한 지금의 대학사회에서 겸임교수제도, 강의전담교수제도는 장기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기계약 교수들에게 교육을 맡기기보다는 교수수를 확충해 교육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본다. 동덕여대의 경우, 학교가 정상화되면 이 제도를 합리적으로 시행하도록 동료 교수들과 협의해서 여러 대안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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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덕여대 강의전임교수제도 무엇이 문제였나

교육부 감사결과, 동덕여대가 2000년 이후 줄곧 비전임교수인 강의전임강사를 전임교원으로 허위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겸임교원 임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17명의 교수를 겸임교원으로 보고했던 사실도 이번에 적발됐다.

교육부는 해임사유 중의 하나로 '교원임면 및 현황 허위보고'를 적시하면서 조원영 동덕여대 총장에게 해임처분을 한 상태다.

동덕여대 강의전임교수제도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7월. 오래전부터 얘기돼오긴 했지만, 교수·교직원·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총장퇴진운동 과정에서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비민주적이고 부도덕한 학사행정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였기 때문.

더욱이 강의전임교수들과 계약할 때 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내규조차 공개하지 않아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현재로선 동덕여대 본부측의 비위사실이 밝혀진 이상, 동덕여대에서 겸임교수제도를 비롯해 강의전임교수제도를 재정비하는 것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전임으로 보고된 교수들의 처우 문제, 교원인사규정 제정비, 겸임교원 임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결정된 겸임교원의 사후 처리 문제 등의 간단치 않은 일들이 향후 민주화된 동덕여대에서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된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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