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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열등의식, 확증편향
우리 안의 열등의식, 확증편향
  • 교수신문
  • 승인 2019.10.0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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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로그-정재형(동국대교수)

독립영화 <메기>(이옥섭감독)는 우리안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보여주는 영화다. 확증편향이란 심리학 용어로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쉬운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간호사인 주인공 윤영이 맨 처음 오해 한 것은 우연히 유출된 성행위장면의 엑스레이 사진이 자신과 남친의 것이라고 확증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자신과 남친이 불안정한 상황속에 놓여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누군가 자신들의 은밀한 성생활을 엿보고 몰래 찍어서 유포했을 것이라는 불안감. 두 번째로 오해한 상황은 남친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일부러 절벽으로 오라고 말했다고 생각하는 대목이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원인은 그의 전 여친으로부터 그의 데이트폭력이 있었다는 고백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 두 편의 예술작품이 떠오른다. 하나는 셰익스피어의 [멕베스 Macbeth]고 다른 하나는 영화 <우나기>(1997)다. [멕베스]는 첫 장면에서 마녀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그가 새로운 왕이 될 거라는 예언이다. 황당한 말이라고 생각해야 함에도 맥베스는 속으로 흔들린다. 그를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은 아내였다. 맥베스의 교훈은 남의 말을 듣지 말라가 아니라 남의 말에 부화뇌동하는 자신의 마음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남이 말을 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이 이미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말이 자신의 말처럼 합리화되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확증편향이다.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감독작품 <우나기>는 내용은 다르지만 <메기>와 제목에서부터 주제까지 거의 비슷한 레퍼런스 영화라 생각된다. 주인공은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 생각하고 살해한다. 자수한 덕에 오래지 않아 출소하게 된 그는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 아내에 대한 의심이 자신의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는다. 그는 키우던 우나기, 즉 장어를 보면서 깊은 성찰에 잠긴다. <메기>에서 영윤이 메기를 보면서 생각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인간은 다른 동물을 보면서 자신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거꾸로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니까 인간은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걸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내면은 어쩌면 바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바로 그 반성적 지점을 장어, 메기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오해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라면 확증편향은 내면에 숨어 보이지 않는 면이다. 확증편향이 지나쳐 밖으로 드러나면 오해가 된다. 오해의 끝은 참회와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부족한 것 투성이인 인간은 수많은 오해를 점철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오해는 자기성찰의 중요한 과정이다.  

확증편향은 두 가지 방향에서 작동한다. 본 것과 보지 않은 것.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 영화 속 싱크홀 현상은 그 한 예일 것이다. 당한 사람 혹은 목격한 사람에겐 믿을 수 있는 사건이지만 현장에 없던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엔 그런 일이 많다. 미확인비행물체(UFO), 외계인, 귀신 등의 초자연적인 것에서부터 일상의 어떤 일들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같은 대재난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세월호학생들은 충분한 구조시간이 있었는데도 왜 죽었을까? 이런 일들도 믿기지 않는다. 요즘 혼란한 조국정국을 보면서 확증편향을 더욱 느낀다. 누구나 보고 싶은 것, 자신이 믿는 믿음으로만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 모든 게 진실이 아니라 우리들 열등의식의 발로임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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