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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한국의 과학문화』(김문조 외 지음, 생각의나무 刊)
주간리뷰 : 『한국의 과학문화』(김문조 외 지음, 생각의나무 刊)
  • 김성환 대진대
  • 승인 200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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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文化를 종합하려는 노력

김성환 / 대진대·철학

'한국 과학 문화'는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문화 캠페인이다. 문화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과 행동의 양식이니까 이 캠페인도 한국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한국 과학 문화의 창달과 보급이 그 목표다. 그런데 한국의 과학 문화 이전에 도대체 과학 문화가 무엇일까? '한국의 과학 문화: 그 현재와 미래'는 무엇보다 이 물음에 대답하는 책이다.

여러 저자가 중복해서 시도하는 '과학 문화'의 개념의 해명은 스노우의 '두 문화 문제'를 공통으로 거친다. 이 문제는 서양에서 근대 과학혁명이래 과학 문화와 인문 문화가 서로 떨어져 대립하는 전통이 형성된 것을 가리킨다. 저자들은 과학을 외국에서 수입한 우리 나라가 두 문화 전통까지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이 전통을, 예를 들어 문과와 이과의 분리로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두 문화의 분리와 대립을 극복하고 종합하려는 뜻이 '과학 (문화와 인문) 문화'라는 이름 속에 담겨 있다.

과학 문화 캠페인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공계 대학 진학을 기피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우수한 고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공계에 진학하던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과학 문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과학 문화를 진지하게 모색하려는 시도를 하나의 단발성 캠페인으로 깎아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다 현실이 반전해 또 다시 우수한 학생들이 제 발로 이공계를 찾는다면 바람직한 과학 문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남아있을지, 또 과학 기술의 발달을 국력의 지표로 여기던 기성 과학 문화를 이 책처럼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으로 살아있을지 의문이다. 과학 문화가 비록 이름높은 지성들의 입에서 나왔더라도 일반인의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더 파고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회적 혹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과학적 이해를 함축하는 진정한 의미의 과학문화이다."(본문 117쪽에서)

나는 이 책에서 과학의 단기적 성과보다 과학 자체의 장기적 근본적 발전이 궁극적으로 과학의 성과를 제대로 누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그래서 저자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후속 작업이 있다. 과학 문화를 문화의 역사와 현대 문화 속에서 자리매기는 작업이다.

혹시 지은이들은 과학이 현대를 대표하는 문화라고 전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도 든다. 현대인은 과학의 성과에 의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이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문화는 아니다. 20세기는 귀족과 부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대중 문화를 생산했고 대중 문화는 벌써 사이버 문화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문화가 세계화하는 현재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과학도 하나의 문화로 본다면 과학이 대표 문화인 시대는 오히려 근대였다. 과학이 이런 복잡한 문화 함수 속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하는지를 따져봐야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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