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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문대 수시] '성적 따라' 아닌 '적성 따라'… 전문대 수시 박람회 성황
[2020 전문대 수시] '성적 따라' 아닌 '적성 따라'… 전문대 수시 박람회 성황
  • 허정윤
  • 승인 2019.09.1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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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도 못 막은 ‘2020 수시 전문대 박람회’ 스케치
전문대학 수시모집 원서 접수기간 9월 6일~27일

<2020학년도 수시 전문대학 입학정보박람회>

‘2020학년도 수시 전문대학 입학정보박람회’(이하 전문대 박람회)가 양재 aT센터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6일부터 8일까지 3일 동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주최로 진행된 박람회는 제13호 태풍 ‘링링’ 속에서도 전문대 진학에 관심 있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에 재학 중인 김신희 씨는 “일반계고를 다니고 있지만 전문대에서 적성을 살릴 수 있다면 진학할 생각이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박람회장을 찾았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온 친구인 김가영 씨 역시 “다양한 학과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91개 전문대학이 참가한 이번 박람회는 학령인구 감소시대를 대비하는 전문대들의 사활을 건 자리였다. 전문대 부스마다 학교 입학처장부터 주요학과 교수까지 전문적으로 학생 상담에 나선 모습이었다. 상담부스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가장 많이 보였지만 두 손 가득 대학 자료집을 든 성인 관람객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 소재의 특성화고 진로지도 담당인 A교사는 5년째 전문대 박람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A교사는 “일반대보다 전문대가 산업 변화에 민감하다”며 때마다 취업에 적확한 학과가 등장해서 눈여겨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다양한 학과가 생겼다가 1~2년 만에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학과에 아이들을 진학시키는 게 불안하다”며 생소한 이름을 가진 학과는 더 꼼꼼하게 설명을 듣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이 교육계에도 화두가 되어 신산업과 관련한 학과의 이름이 많이 보였다. 실례로 드론(무인기)과 관련한 신생학과나 기존 학과 교과목에 드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과정들이 추가된 경우가 다수였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상담 부스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진학 상담을 받고 있다. ⓒ허정윤

전문대 박람회에 방문한 학생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진학해 이미 진로에 대한 얼개가 어느 정도 갖춰진 학생, 고등학교 성적에 맞춰서 진학할 곳을 찾는 학생, 진로까지 생각을 못 했지만 자신의 적성은 파악하고 있는 학생까지 그 면모가 다양했고 저마다 학교·학과 정보를 수집하느라 분주하게 상담창구를 드나들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김원영 입학홍보팀장은 전문대를 향한 시선 중에 ‘성적에 맞춰 가는 곳’이라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자기 적성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 오는 학과들은 일반대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다”며 “우리학교(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툰만화콘텐츠전공학과의 경우는 2.1등급 이상의 학생들이 경쟁하고 있고, 웹소설창작전공 경우 3.1등급 이상의 학생들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콘텐츠사업의 부상으로 애니메이션스쿨, 만화 콘텐츠스쿨 계열은 매년 인기가 올라가고 있어 실전 감각을 익히고자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대학 있는 문예창작학과나 미술관련 학과에서 순수 창작에 방점을 찍고 학생들을 가르쳤다면, 전문대는 변화하는 ‘플랫폼’ 이해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전문대 박람회에 참석한 대학들은 학생들의 특성과 재능을 최적화 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교육한다는 취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연암대학교 김은집 교수가 연암대로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조언하고 있다. ⓒ허정윤

비지니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을 둔 김정아 씨는 아들과 함께 전문대 박람회장을 찾았다. 김 씨는 “중학교 때 적성을 찾아서 비즈니스 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적성이 계속 바뀌더라”며 웃어 보였다. 김 씨는 “전문대 박람회에 와서 적성을 어렴풋하게라도 찾으면 제일 좋겠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4년제에 보내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람회장을 찾은 부모 중에는 전문대가 일반대보다 상대적으로 대학생 시절이 짧아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사회에 나가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연암대학교 김은집 교수(축산계열 학과장)는 “공부의 목적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고, 전문대에서는 경험을 최단 시간 최대치로 올리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암대학교의 경우는 스마트팜과 스마트축산 등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인재들을 육성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고, 커지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동물보호계열(동물보호전공·애완동물전공)을 강화하는 등 산업 성장과 발맞춘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 교수는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면 전문대를 졸업해서 현장 감각을 익히고 추후에 연구에 뛰어들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소현 씨(연암대 애완동물전공)와 반려견 '애물단지' ⓒ허정윤 

연암대학교 애완동물전공에 재학 중인 윤소현 씨는 적성을 찾아 다시 대학을 진학한 케이스다. 윤 씨는 “실내디자인학과 마지막 학기에 졸업전시를 준비하다가 쓰러졌다”며 맞지 않았던 전공을 억지로 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윤 씨는 전문대 박람회 부스에서 반려견과 함께 학생들을 맞이했다. 윤 씨는 진로에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적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선배의 관점에서 자기 경험에 비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윤 씨는 “다시 적성을 찾아 돌아온 학생들이 용기를 내서 적성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대 박람회장에는 ‘전문대학으로 유턴입학자 증가, 일반대학 졸업 후 전문대학 유턴입학 지원 매년 증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2018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8,391명이 유턴입학 지원을 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강성환 진학지원센터 팀장은 “3일 동안 2만 2천 7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작년에 대비해서 조금 줄었지만, 태풍 ‘링링’ 소식에도 이 정도 인원이 박람회를 찾은 것을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다만 앞으로 학령인구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규모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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