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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하나에 특허 수만개…융합의 기초인 ‘소통과 협력’ 불가피
핸드폰 하나에 특허 수만개…융합의 기초인 ‘소통과 협력’ 불가피
  • 김범진
  • 승인 2019.08.3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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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 KAIST 융합기초학부 단장
최초 학생주도 융합기초학부 운영
김종득 KAIST 융합기초학부 설립추진단 단장이 내년 3월 개설되는 융합기초학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정윤 기자
김종득 KAIST 융합기초학부 설립추진단 단장이 내년 3월 개설되는 융합기초학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정윤 기자

KAIST는 내년 3월부터 학문의 경계를 허문 융합기초학부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1학년 과정을 포함해 총 136학점 이상을 이수한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교과과정에 따라 공학사·이학사·융합공학사·융합이학사 등 4개의 학위 중 하나를 받게 되는 과정이다. 이에 <교수신문>은 서면인터뷰와 대면인터뷰를 통해 김종득 KAIST 융합기초학부 단장을 두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지면에 싣는다.

-융합기초학부 설립이 글로벌 리더 양성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인가.

▶융합기초학부는 대학과정의 학부로서 글로벌 리더를 위한 ‘기초적이고 전문적 역량’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교육이다. 지식전달형 교육이 아니라 지식창조형 교육을 하고자 하며 아울러 폭넓은 수평적 혹은 확산적 사고력(lateral or dispersive)을 갖도록 역량 교육을 강화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KAIST에서 추구하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배려하는 인재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융합기초학부 설치가 신성철 총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이유도 ‘창의융합형 글로벌리더 양성’이라는 비전과 같은 맥락인 것인가.

▶신성철 총장의 교육 철학은 창의적글로벌리더(creative, challenge, care)를 양성하는데 있다. 융합기초학부는 이러한 교육의 기본기를 배양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기본기를 갖추고 대학을 졸업해 대학원이나 사회에서 창의적글로벌리더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식창조적인 교육은 물론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하고 배려하는 정신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신 총장 3년 숙원사업의 단장을 맡게 되셨다. 총장께 오래 전부터 여러 말씀을 들으셨을 것 같은데 자세히 소개 부탁드린다.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눴나.

▶신성철 총장과 저는 KAIST에서 영재교육, 대학입시, 동문 활동, 학교 교육 등 많은 활동을 같이해 왔다. 총장께서 창의적 글로벌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구호가 아니라 그의 오랜 교육철학이다. 같이 대학교육을 고민하기도 했고 학교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제가 은퇴를 한 후에 융복합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학부 교육의 새로운 체계를 구축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제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은 없었다. 제가 자신의 철학이 무엇인지 잘 헤아리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제가 너무 자만하나요?

-학부 신설이 4차 산업혁명 추세와도 연관 있는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지식창조형 인재 육성’이라는 설명은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또 최근 환경 변화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제 4차 산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겠다. Klaus Schwab과는 달리 Jeremy Rifkin은 아직 3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이견도 있으니까요. 학부 교육과정의 중심에는 융합기초, 중점분야, 인공지능, 개인맞춤형 교과목이라는 기본 골격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연결, 분산, 공유를 통한 맞춤형 지능화 세계를 지향한다고 한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하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Cyber-Physical System) 혁명적 변화라고 한다. 저는 이러한 기술적 요소가 이끌어가는 사회적 변화에 주목하고 싶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바뀌어 가고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복잡하고 애매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분야(서비스, 제조업, 건설업, 1차 산업)에 미치는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일 간의 무역전쟁도 반도체 전쟁인지 불소전쟁인지 모르겠다. 저는 액정 배향막을 연구했지만(80년대 LCD 제작) 핸드폰 하나에서 수만개의 특허나 부품이 연관되어 있다고 하니 기술을 모두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제가 배향막을 연구하지만 전자회로를 조금 이해했다면 좀 더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기술적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협력 혹은 협업이다. 그러나 서로 이익이 되는 문제라 할지라도 (한일 무역분쟁처럼) 쉽게 협력이 잘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융합기초과정은 개인적인 창의력은 물론 소통이나 협력의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지식창조적 생산을 위한 수렴적 사고와 협력으로 문제를 극복하는 확산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설 학부의 개인맞춤형 전공 분야를 구성해 능동적으로 이수할 수 있다는 특징은 과거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같은 개념 같은데, 다른 점이 무엇인가?

▶서울대 자유전공과는 전혀 다른 특징이 있다. KAIST에서는 기본적으로 폭넓은 사고력을 갖는 이공학도를 양성하는 것이다. 다양한 기초지식과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가지도록 노력했다.

KAIST에서는 2학년까지는 공통과목을 포함하여 융합기초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구성돼 있다. 그리고 중점분야는 학생들의 선호와 희망에 따라 8개 전문분야와 개인맞춤형 교과목을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학부의 교육과정은 1) 기본융합기초 과목군(필수), 2) 중점분야 과목군(선택), 3) 개인 맞춤형 과목군(선택)으로 구성돼 있다. 8개 중점분야 과목군은 기존의 학과와 같은 벽이 없이 운영하는 과목들이다.

요컨대 차이라면 첫째, 6개 필수이수교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둘째, 8개 중점분야 과목군을 선택한다. 물론 학과와 같은 구분이 없이 에너지, 헬스케어, 데이터, 소재물질, 기계전자, 스마트시티, 미디어, 기술경영 등을 운영한다. 셋째, 개인맞춤형 교과목을 선택한다. 학생 개인이 원하는 분야를 위한 과목을 선택한다. 넷째, 지식창조형 강의와 시작품을 제작한다. 예를 들면, 엔진 없는 자동차 강의를 듣고 자동차를 제작해 본다. 다섯째, 자기가 선택하는 과목에 따라 이학사, 공학사, 융합이학사, 융합공학사를 수여받을 수 있다. 여섯째, 개인맞춤형 교과목으로 진로설계, 과학과 예술의 협력을 위한 감성학습, 과학의 스토리텔링, 창의적 설계와 캡스톤디자인, 주제형 현장실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

-융합기초학부 설립 같은 시도가 카이스트만의 독특한 시도라고 할 수 있는가.

▶몇 년전 교육부에서 융합학부 설치를 지원했고 각 대학에서는 융합학과를 설치하는 붐이 일어났다. 지금도 프라임사업에 맞춰 새로운 전공을 만들어내고 새롭게 ‘융합’이라는 대학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A전공 조금, B전공 조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정부와 대학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KAIST의 융합기초학부에는 대학원이 없다. 쉽게 말해 연구를 하기 위하여 설치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을 잘 하겠다는 것이다. 융합적 연구는 기존의 학과 대학원이나 전문 대학원에서 잘 해달라는 것이다. 전문 대학원에서 융합적 연구를 하려니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헤 연구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설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강의도 기존 학과의 교수들로 구성될 것이다. 강의를 잘해 자신의 학과로 대학원 학생으로 유치해 가기 위해 경쟁을 해주면 좋겠다.

-제시하신 '기본 역량' 설명을 접한 후의 인상은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키우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제시한 세가지 역량을 보니 스티브 잡스가 떠오르는데, 혹시 그런 리더에 대한 필요성도 생각한 것인가.

▶어떤 분은 이공학의 ‘해결사’를 만들려고 하느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물론 ‘제널럴리스트’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공학 교육프로그램에서 두가지 교육프로그램은 가능하지 않다. 

오늘날 전공과목 1-2개를 듣고 그 분야를 마스터할 수 없으니 당연히 해결사로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 분야에서 전문가적 지식이 없으니 제널럴리스트가 아니냐고 하지만 3-4학년에 중점분야를 공부하였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냥 새로운 분야의 도전적인 전문가이다.

이공학 분야에서 개인적인 능력으로 학문적 장벽을 뛰어 넘지는 못하지만 타 분야의 전문가와 전문적인 토론과정에 참여하고 용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성공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KAIST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은 창의적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력을 갖는 인간상이다. 어떤 단일 인간적 모델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물론 스티브 잡스도 우리가 추구해야할 훌륭한 인재모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공부들에 치중해오던 학생들이 스스로 입학 당장 본인만의 확고하고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대학 시절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그게 가장 큰 관건인 것 같다. 이에 대한 해법은 갖고 계신가.

▶KAIST에서도 학교생활을 허비하고 고난을 자초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래서 본 학부에서는 몇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첫째, 진로설계라는 과목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미래와 대학생활을 설계하도록 도와준다. 외부 인사를 초청하거나 전문기관을 방문하여 자신의 인생설계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둘째, 멘토, 선배 카운슬러,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를 운영한다. 멘토는 학과 교수, 혹은 연구원들, 사계의 전문가를 초청할 예정이다. 선배 카운슬러는 현재 카이스트에서 진행되고 있고 아카데믹 어드바이저의 기능을 강화해 제공할 계획이다. 

셋째, 강의에서 시작품제작, 세미나, 현장실습, 설계 등을 강화하여 교수와 좀 더 긴밀하게 접촉하도록 할 것이다.

넷째, 개인맞춤형 교과목에서 학생들 간의 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소통을 장려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것이다. 과학적인 문제를 예술적 감성으로 풀어가거나 자기제어능력을 갖도록 도와줄 것이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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