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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다시 본 서대문 형무소…아직도 아픈 ‘아픔의 역사’
광복절에 다시 본 서대문 형무소…아직도 아픈 ‘아픔의 역사’
  • 김범진
  • 승인 2019.08.19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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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70만명 관람 국보급 유적
역사적 가치 비해 관리 역부족
인력부족 겹쳐 훼손 위험 노출
관리주체인 서대문구청은 형무소 내 거대 추모기념물 추진
정기휴관일인 지난 13일 월요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모습. 광복절 기념 행사를 위해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관계자들은 이렇게 설치된 전시물들 역시 자칫 형무소 외관을 망가뜨릴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사진=김범진 기자
정기휴관일인 지난 12일 월요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모습. 광복절 기념 행사를 위해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관계자들은 이렇게 설치된 전시물들 역시 자칫 형무소 외관을 망가뜨릴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사진=김범진 기자

일제에 의해 1908년 개소한 이후 우리 근대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이제 연간 7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중요 역사유적지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방문객 수치는 국립중앙박물관 바로 다음이고, 서울역사박물관과 맞먹는 수치다. 그런데 그 역사적 가치나 중요도에 비해 역사관 시설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그 때문에 그동안 역사관 내부가 훼손 등의 문제를 겪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훼손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

한 익명의 관계자는 “지금 형무소 운영 방식이 완전 개방형인 데다 관리 인원이 없어서 훼손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많이 훼손되고 있다”고 전했다. 형무소 내 관람객들이 드나들면서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 공간은 관리 인원이 배치돼, 통제와 감시를 통해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채로 방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형무소 내 사형장 같은 경우는 거의 100년이 다 된 건물이다. 사람들이 제재 없이 접근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파괴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위험을 막기 위한 시설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할 텐데, 그런 것들이 예산 부족 때문에 안 되고 있다고 (역사관 직원들에게) 여러 번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출입이 가능한 옥사의 바닥이라든가 벽면에는 당시 그 옥사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바닥에 그린 바둑판이나 장기판 등의 그림이나, 벽면에 날짜를 세었거나, 출소에 대한 염원을 담아 적은 글자 등의 흔적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벗겨지고 있는 (옥사 내의) 벽면 페인트칠의 보수작업이나 보존 처리 등도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학예사 생활을 오랜 기간 해온 또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람객도 많고 내부의 전시관 등 시설도 방대한데, 그에 비해 담당하는 인원이 많지 않은 걸로 안다. 그래서 아무래도 그 큰 시설을 관리하는 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밝힌 뒤 “나중에 점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데 그걸 관리하는 인원은 못 봤다. 공개된 공간은 넓은데 관리하는 인원은 적으니까 그런 위험성이 항상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설물 보존상황과 운영 실태 문제의 원인은 예산 부족과 그로 인한 인력 부족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사관의 관리 주체를 현재의 서대문구청이 아니라 문화재청 혹은 서울시로 변경해야 한다고 이들은 전한다. 역사관 운영업무는 2003년까지 서대문구청에서 맡아오다가 이후부터 현재까지 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에 위탁되고 있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전공 교수는 “서대문형무소는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사적은 보통 일정의 공간을 가진 유산 중에서 국보급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뒤 “현재는 구청과 시, 국가 간의 옛 관례 때문에 관리주체가 기초자치단체인 듯하다. 유산의 중요도를 고려해볼 때 앞으로는 서울시나 문화재청이 관리의 주체가 되는 것이 당연히 맞다”고 밝혔다.

형무소가 선출직 지자체장의 임기 내 치적을 위해 활용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은 현재 관리 체계의 또 다른 문제점이다. 강동진 교수는 “현재 서대문구청에서 새로운 랜드마크라고 거대한 추모기념물을 형무소 내에 조성하려고 한다. 이 또한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와 함께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으로 있는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부 교수는 “문화재심의위에서 조형물 설치에 관한 심의를 했다. 공지는 문화재청에서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헌 교수는 앞선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구청장이 선출직이라 잘 바뀌니까, 사실 제일 좋은 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독립기관으로 해서, 전문가의 영역에서 문화시설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것도 관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떤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그걸 운영하는 주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다. 그래서 어떤 제도가 무조건 좋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제도가 만능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이어 “서대문구, 서울시, 청에서 관리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전반적인 문화시설에 대한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형성이 돼서 독자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국민들에게 그런 기본적인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누가 맡더라도) 함부로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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