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23 11:24 (월)
“애초에 평가 결과 기준으로 지원하는 자체가 모순”
“애초에 평가 결과 기준으로 지원하는 자체가 모순”
  • 허정윤
  • 승인 2019.08.19 0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 인터뷰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안’ 문제 없나
설 땅 없는 지방대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 발표로 ‘대학혁신 지원 방안’이 나오고, 이어 고등교육정책과가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을 내놨다. 교육부는 두 발표 모두 학령인구 급감 대책과 교육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사안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발표는 담당실·과는 다르지만 입학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기조는 같다. 이 같은 발표 내용을 본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의 김병국 정책실장은 “시장의 논리로 대학을 ‘구조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7월 25일 국회에서 ‘중장기적 개혁과 대학평가 혁신방향’ 토론자로 나서 ‘대학구조조정의 중장기 실직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발표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린 바 있고, 고등교육혁신과 관련해 바람직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데 힘쓰고 있다.


 김 정책실장은 ‘대학구조개혁 평가’라는 혁신안이 그 이름을 ‘대학기본역량 진단’으로 바꿨을 뿐, 장기적인 혁신에 대한 숙고가 없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가시적으로 뒷받침 되는 내용을 제시해야하는데 정확한 재정 규모도 밝히지 않고, 정책이 가시적으로 어떤 결과를 이룩할 수 있는지 제시하지 않아 대학사회의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본 역량 진단 지표에서도 높은 배점(20점)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정원 관련부분이 정부의 표현처럼 ‘자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자율성으로 포장한 것 아닌지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김 정책실장은 “사실상 서울·수도권 대학은 가만히 있어도 학생들이 서로 가고 싶어 하기에 굳이 학교가 입학 정원을 줄일 이유도 없고, 입학 정원 미달 역시 쉽게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학령인구가 줄더라도 지방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줄어 지방과 수도권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김 정책실장은 “분명 이전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식의 정책을 펼쳐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문제제기가 많이 나왔지만, 대략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학령인구 감소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제시하는 교육 재정 문제 해결은 사실상 ‘교육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정도에 그쳐 일종의 당위성 정도만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교육부의 구체성 부족을 언급했다. 그저 사업비용만 확대하는 형식의 방향성만 설정한 것 아닐까하는 우려에서 나온 말이다.


 결국 대학 재정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미 평가를 좋게 받은 대학들이 오는 평가에서도 좋을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지난 평가에서 선정되지 못한 학교는, 이른바 ‘시작점’이 달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정책실장의 주장이다.


 김 정책실장은 “애초에 평가 결과를 가지고 지원하는 방식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지원을 지속하다보면 결국에는 평가를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서 진행하지 않는 이상 재정은 수도권 대학에 몰린다는 의미다. 이는 수도권 대학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대학 지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국 국가 발전 저해가 초래되고 그 영향을 남은 대학들이 떠안는 악순환이 일어날 거라고 예측했다. 

김병국 정책실장(왼쪽 첫번째)이 대학구조 개혁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국 정책실장(왼쪽 첫번째)이 대학구조 개혁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정책실장은 대학혁신과 기본역량 진단 계획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 리더들의 엘리트 주의도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그래도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할 때, 평가 근거를 토대로 줘야하지 않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고등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지역균형 발전이나 ‘평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가 아니라 ‘엘리트 양성’에 있을 때 ‘줄 세우기’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은 지역균형 발전과 고등교육 저변 확대를 위해는 오히려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나 운영이 어려운 대학들을 어떻게 지원해줄지 더 면밀히 모색하고 적어도 그 지역에서는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살려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예를 들어 어떤 광역권에 고등교육 수요가 강세를 보이면, 그 방향에 맞게 재정을 맞춤식으로 대학에 지원하고 지자체들과 협력관계를 맺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부분은 교육육부가 대학혁신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2020년 ‘(가칭)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신설할 계획을 밝혀 지역 실정에 맞는 발전계획이 추진될지 주목해서 볼 부분이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마지막으로 “대학의 문제를 단순히 고등교육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의 문제는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산업 문제와는 직접 연계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성을 띠고 창의적이면서도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을 당부했다. 교육부의 방향 자체는 지난 1주기와 2주기에 비해 발전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정책실장은 "상대적인 호평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향제시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