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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노동착취의 구조적 모순
이중의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노동착취의 구조적 모순
  • 교수신문
  • 승인 2019.07.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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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장면으로부터, 대학원 제도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한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구슬아

 7월 10일, 노웅래, 김성수, 조승래 의원실의 공동 주최로 <대학원생 연구환경 처우개선 방안 모색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2018년 12월 발의된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신설 제15조2의 제1항과 제2항이 이날의 주요 사안이었는데, 전자는 국가R&D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과 「근로기준법」 제2조제4호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음을, 후자는 그렇게 근로계약을 맺은 학생연구원의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음을 골자로 한다. 물론 근로계약 체결 시 ‘갑’이 되는 쪽은 교수 개인이 아닌 해당 기관의 장이다. 요는 국가R&D에 대한 대학원생의 기여를 법제 차원에서 근로로 인정하고 그로써 사회보장제도의 안전망에 진입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7월 10일의 토론회는 오늘날 대학원의 현실과 제도, 이를 둘러싸고 형성된 담론들의 면면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하나의 ‘대표적 장면’이었다. 우선 학생연구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맥없이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는 점을 꼽고 싶다. 학생연구원이 ‘학생과 노동자의 중간 신분’에 속하기에 관련 제도의 개정 및 신설이 난망하다는 논지가 주제발표의 첫머리에 제시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얼핏 근본적인 아포리아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물음 그러니까 대학원생은 학생인가 아니면 노동자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실효와는 무관한 이분법의 생산에 일조한다. 모호한 중간자의 정체성이 아니라 ‘학생인 동시에 연구노동자’라는 확실한 이중의 정체성. 이것이 지난 20여 년 동안 국가R&D를 적극적으로 수주한다는 대학의 기조 아래에서 주조된 대학원생의 객관적인 존재 양태다. 또한 토론자였던 이필우 변호사의 지적처럼 보통 학생연구원의 사용종속관계는 뚜렷한 편이며 이미 복수의 판례가 노동권의 보장에 있어 누군가의 이중 정체성이 결정적 난점이 아님을 제시한 바 있다. 아무튼 상황이 그러다 보니 실로 촉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관심이 할애되지 못했다. 이를테면 4대 보험 미가입자만을 전일제 학생으로 간주하는 현행 장학금 제도의 분배 기준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STIPEND와 근로계약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그리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와 같은 문제들 말이다. 이처럼 현실 개선이라는 목표에 보다 밀착된 질문이 토론의 중심에 위치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앞서 7월 10일 토론회에 하나의 대표적 장면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까닭은 그 모든 것이 이공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강의 경험을 쌓을 틈도 없이 교수의 개인 비서처럼 일하는 근로장학 수업 조교, 혹은 수업 조교라는 명목으로 임용되어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이들. 30대 중후반까지 ‘기타소득’만을 겨우 벌고 사회보장제도에 속하지 못하는 학문후속세대. 구체적인 양상은 다를지언정 대학을 유지·재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함에도 실재와 제도 상의 재현이 합치하지 않아 고통스러운 대학원생은 어디에나 있다. 본디 제도는 그 속성이 보수적인지라 현실과 동일한 속도로 변화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전국적인 대학원 지원 미달 사태와 노동착취 관련 민원의 꾸준한 제기 등 종전의 제도에 포착되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이미 심각하다는 징후가 뚜렷한 이 시점에, 대학원의 현실과 정합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제도의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 성급한 일은 아니리라. 실재의 상태를 분석하기, 실효성이 넉넉한 질문을 선별하기, 비록 성가시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지라도 제도를 거듭 구성 해 내겠다는 결단을 내리기. 진지하게 대학원 제도의 혁신을 논하고자 한다면 이 과정을 필히 돌파해야 한다. 효과적인 제도란 어디까지나 객관적 현실의 반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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