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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대학에 길을 묻다] "원전을 정치 이념 굴레에서 탈출시켜라"
[교수신문, 대학에 길을 묻다] "원전을 정치 이념 굴레에서 탈출시켜라"
  • 교수신문
  • 승인 2019.05.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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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논란 분석 (1) "이래서 반대"
한양대 김용수 교수 "탈원전 넘어 '비전'을...싸우지말고 '제대로' 하자"

정치, 경제, 사회 분야 곳곳에 갈등의 늪이 깊어가고, 타협과 합의의 정답(正答)은 오리무중이다.
‘교수신문’이 대학에 간다, 대학에 정답을 찾는 길을 묻는다. ‘대학에 길을 묻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첫 번째 화두는 ‘탈원전’으로 잡았다다. 미래의 에너지 자원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김용수 교수를 만나 탈원전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먼저 들었다. 김 교수는 한양공대 학장,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양대 원전해체연구센터 센터장으로 한국 원자력 해체 기술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편 (사)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회장을 맡고 있다.
다음 차례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를 만나 탈원전이 왜 필요한지, 탈원전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목소리를 담는다. 윤 교수는 환경전문가로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본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환경사회학회 회장,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직속 미세먼지특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

교수신문 편집진과 교수들이 '탈원전,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한국언론 처음으로 대학현장편집을 위해 지난 1일 한양대학교를 찾아 대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교수신문 이영수 대표, 함정훈 고문, 최택만 수석논설위원, 한양대 김태완, 국동학, 김용수 교수. 하영 기자
교수신문 편집진과 교수들이 '탈원전,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한국언론 처음으로 대학현장편집을 위해 지난 1일 한양대학교를 찾아 대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교수신문 이영수 대표, 함정훈 고문, 최택만 수석논설위원, 한양대 김태완, 국동학, 김용수 교수. 하영 기자

탈원전 논란 분석 (1) "이래서 반대"

“탈원전을 넘어 새 길을 찾아야 한다. 비전을 만들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한양대학교 김용수 교수(원자력공학과)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한마디 한마디 철학과 신념이 묻어 있었다. ‘탈원전’을 대하는 김 교수의 시선은 현재가 아닌 미래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탈원전’에 매몰되면 안된다”라며 “정쟁으로 삼을 게 아니라 학문적 접근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을 고민하고 원자력의 나아갈 길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신문’이 대학을 찾았다. 대한민국을 흔드는 이슈에 대한 교수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싶어서다. 이영수 발행인, 함정훈 고문, 최택만 주필 등이 지난 1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한양종합기술원 5층 원전해체연구센터를 찾아 김용수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김태완 교수(원자력공학과), 국동학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등과 함께 ‘탈원전의 향방’에 대해 거침없이 속내를 쏟아냈다.
김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김교수는 “과정을 점검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민국이 탈원전이 가능한지 여부를 냉정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탈원전을 정치적 쟁점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정책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해체 기술, 사용후핵연료, 방사능폐기물 처리 등 원자력 산업 기술의 발전이다. 탈원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원전을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원전의 안정성,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할 때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은 해체 비즈니스도, 사용핵연료 비즈니스도 없다. 방사선폐기물 업체도 제로다. 이걸 비싼 비즈니스로 만들어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가진,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만들면 먹거리가 만들어지고, 일자리 창출된다. 원자력의 미래다”라고 말했다.

함정훈 교수신문 고문(이하 함) -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교수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교수들이 나서서 이야기하는 그런 시대를 만들어보자.
이용수 교수신문 발행인(이하 이) - 대학사회 의견을 알리고 싶다.
김용수 교수(이하 김) - 교수들 중에도 ‘탈원전’ 관련 싸움판이 벌어지자 정쟁으로 활용하는 면이 있는데 그건 잘못됐다. 원자력은 대한민국 에너지 미래로 이야기해야지 정쟁이 되면 안된다. 후배 교수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정치권 인사들이 와서 같이 싸우게 도와줄게 해도 ‘이건 대한민국의 미래 에너지 문제니 당신 빠져라’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함 - 이 나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시발(始發)의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 뭐가 쟁점이냐.
김 - 전세계 흐름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독일같이 원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으로 돌아서겠다고 하는 흐름이다. 다른 하나는 원자력 자체에 문제가 없고, 지구온난화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은 그래도 원자력이니 같이 간다는 흐름이다.
양측 모두 타당하다. 신재생에너지 솔루션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는 게 맞다. 전세계가 구태여 원자력발전, 화력발전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과정은 고민해야 한다. 과정을 무시하고 가면 문제가 생긴다. ‘솔루션이 있는데 왜 안하나’라고 한다. 탈원전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나라는 과정이 좀 쉬운 나라다.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다. 과정을 무시하고 지금 갈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고, 국가 정책상으로도 문제가 있는 거다. 과정을 따져보지 않고, 신재생에너지가 솔루션인 듯 탈원전을 선언했다. 벌써 여러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현재 그게 가능한지 점검해야 한다.

한양대학교 김용수 교수가 지난 1일 한양대 서울캠퍼스 한양종합기술원에서 '탈원전의 향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김용수 교수가 지난 1일 한양대 서울캠퍼스 한양종합기술원에서 '탈원전의 향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함 - 한국 원전의 안전성은 어떤가.
김 - 보이지 않는 방사선이나 원자력의 위협을 콘트롤하고 매니지할 수준이다. 이런 기술의 발전이 원전을 수출할 수 있게 한 포텐셜이다.
함 - 아직 원자력이 더 필요하다는 흐름도 있다.
김 - 지구온난화 시대 원자력이 대안이다. 기후변화 유발기체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대량 에너지 소비시대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이라는 대량의 에너지 소스가 불가피하다. 원자력없이 화력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미세먼지를 유발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것으로 직결된다. 지구온난화를 생각했을 때 적어도 당분간은 원자력을 써야 한다.
함 - 신재생에너지로 바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 - 신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면 원자력을 딛고 가라. 죽이고 가지 말고 딛고 가라. 원자력의 역할이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원자력이라는 발판을 딛고 신재생에너지로 가라.
너무 안타깝다. 원자력을 적절히 줄여가면서 신재생으로 가는 전략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무작정 탈원전 기조로 가는 것은 대한민국 에너지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하시는 분들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10~20% 줄이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 쏠라셀 100개 중 10개 빼면 90개다. 그래도 돌아간다. 그런데 원자력은 100에서 10을 빼면 전부가 다 죽는다. 공급망 10%가 무너졌다. 그러면 돌아가지 않는다. 작더라도 100이 돼야 한다.
숫자라고 하는 것이 공학적으로는 케이스별로 다르다. 작더라도 온전해야 한다. 전체 숫자에서 줄인다는 것은 잘못이다.
원자력발전은 거대 산업이다. 수백만개 부품과 엄청난 기술이 연구개발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단단한 공급망이 없으면 안된다. 하지만 탈원전 이야기가 나온 뒤 공급망이 금이 가고 있다. 공급망이 무너지면 다시 살리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함 - 에너지 안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우리 신재생에너지 자원은 열악하다. 독일은 에너지가 부족하면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가져 올 수 있지만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고립돼 있다. 밑으로 일본, 위로 북한이다. 에너지 안보가 굉장히 심각한 나라다.
이- 정부가 원전 축소나 줄이거나 할 때 전문가집단과 충분히 협의했다고 보는가.
김- 안타깝게도 전문가집단과 제대로 협의한 적이 없다고 본다. 상황은 이해한다. 원자력계가 배타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부품비리 사태와 연계되다 보니 현 정부는 원자력계 전문가는 논리가 똑같으니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집단으로 치부된 것같다. 그런 이유로 원자력 전문가들과의 논의가 배제됐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 해서 그 안에 옳은 소리가 없나. 전혀 아니다. 이분법으로 구분할 일이 아니다. 나는 원자력공학과 교수 중 거의 유일하게 고리1호기를 해체하자고 한 사람이다. 해체를 하지 말고 발전만 하자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

김용수 교수
김용수 교수

함 - 원자력 교수가 원전 해체를 먼저 이야기했다.
김 - 해체는 매우 중요한 대한민국의 미래다. 라이프사이클 상 오래된 원전을 아름답게 퇴역시키는 것도 우리의 임무다. 미국은 세계 최초 가압경수로 원전인 시핑포트원전을 20년 만에 스스로 죽였다. 해체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고리 1호기는 오래된 원전이어서 안전성, 건전성 문제로 왈가왈부가 많았다. 반핵하는 사람들이 계속 물고 늘어졌다. 선제적으로 해체하면 쓸데없는 불협화음도 해소되고, 2030년 해체시장도 대비할 수 있고. 그래서 나는 선제적으로 해체하자고 손을 들었다. 원자력쪽에서 무지하게 욕을 먹었다.
함 - 원자력계가 들으면 불편할 것같다.
김 - 사용핵연료 문제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원자력 발전을 한지 40년이 지났는데도 사용후핵연료 산업은 물론 해체 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전을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을 넘어 국제경쟁력있는 산업으로 만들어가야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작은 규모가 아니다. 수십 조 시장이고, 원전 한 기를 해체하는데만 적어도 300명 전후의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국내 원전 12기에 세계 시장이 있다. 계산해 보라.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는 것이 원자력공학이 가야 할 길이다. 탈원전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자.
이 -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면 이해를 못할 듯하다.
김 - 싸우는 구조로만 사고(思考)하지 비전을 만들고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탈원전을 넘어 원자력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말이다. 새로운 미래. 그게 해체, 사용핵연료, 방사선 폐기물 등이다. 세계적 비즈니스다. 폐기물 처리 관련 산업이 대한민국에 없다. 이런 것들이 새로운 산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데 원자력계에서조차 논의가 잘 안된다.
이 - 대책을 마련하고 준비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 아닌가.
김 - 부담스러우니 자꾸 빠지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가야 하는데 관료도 사람이니.
최택만 주필 - 원자력학회에서 많은 홍보가 필요할 것같다.
김 - 요즘 해체도 정부가 육성하겠다고 했다. 해체 부분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이 개발돼야 한다. 그런 것을 협의할 수 있고, 채널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이 나와야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해체산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옥상옥(屋上屋)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함 - 정부 기조도 좀 변화가 있나.
김 - 정부가 탈원전이라는 표현을 안 쓰고 에너지 전환이라고 한다. 정부 스스로도 원자력이라는 비전을 죽이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거다.
정부가 원전을 몇 개로 할지 결정하지만 적어도 산업체 공급망은 무너뜨리지 않는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 그게 에너지 안보문제 해결하고, 안정성도 담보하는 것이다. 그게 무너지면 에너지 전환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함 - 또 하고싶은 말이 있나.
김 - 탈원전을 넘어 비전을 만들자. 탈원전에 매몰되지 말자. 이른바 강경히 탈원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싫어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싸우기보다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고민해 보자.
비전을 만들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청년 실업도 해결할 수 있다. 또 에너지 미래는 안보도 담보해야 한다.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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