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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 : 美 정부지원 論文 무료 이용법안 제출
해외소식 : 美 정부지원 論文 무료 이용법안 제출
  • 박나영 미국통신원
  • 승인 2003.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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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학자들 '지식공유' 지지

한가로운 전원 주택, 문이 열리고 서류 가방을 든 정장 차림의 남자가 걸어 나온다. 선글라스를 쓰고, 재킷 단추를 채우고, 구두끈을 매고, 하늘을 살핀다. 아마도 아침 출근길인 모양인 이 남자는 차에 올라타는 대신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른다. “퍼블릭 라이브러리 오브 사이언스(PLoS)가 2003년, 전 세계인이 자유롭게 최신 과학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을 엽니다. 머지 않아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지식)*(자유로운 접근)=진보’라는 공식과 함께 이 30초 광고는 끝을 맺는다.

현재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논문을 발표한 저널 측과 저작권을 공유하고 있으며, 저널 측에서는 이에 대한 '접근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저널인 네이처 지의 경우 연 구독료가 1백59불, 기관의 경우에 9백20불에 달하지만, 이보다 훨씬 비싼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극단적으로 브레인리서치 지의 경우 매년 1만9천971불의 구독료를 요구하고 있다.

연 구독료 2만달러 넘는 저널들

결과적으로 일반 대중 뿐 아니라 형편이 넉넉치 않은 동료 과학자들마저도 점점 최신 과학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에 가서 보면 될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연간 2만 달러에 육박하는 이 엄청난 구독료는 도서관 역시 감당하기 어렵다. 미네소타대 도서관의 경우, 1995년 이후 예산 문제로 구독을 갱신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온 저널이 8천 종에 이른다.

그러나 상황은 조금 달라질 지도 모른다. 지난 6월 26일, 마틴 사보 미네소타 주 하원 의원이 ‘정부가 지원한 과학, 의학 분야 연구의 경우, 어떤 저널에 의해 출판됐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든지 그 결과에 관련된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의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인들이 과학, 의학 분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지출하고 있는 비용이 연간 4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보 의원의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진행된 연구의 결과를 알기 위해 또다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 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정부 기금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를 포함하는 글을 출판한 저널 측에서 관련 글에 대한 저작권을 내세워 정보에 접근하는 데 대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과연 ‘하늘을 날아 출근할 수 있게 하는’ 정도의 진보를 야기하게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잭 번스 콜로라도대 부총장은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풀려고 시도하는 꼴”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번스 부총장이 지적하는 것은 과학, 의학에 관련된 모든 자료들은 지극히 전문적인 까닭에 반드시 리뷰를 거쳐야 하며, 현재 저널 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비용은 이 과정을 밟기 위해 소요되는 불가결한 비용이라는 점이다.

이 의안이 사적 기금에 의해 진행된 연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예민한 사항이다. 특허권을 염두에 둔 연구자들이 ‘중요한’ 연구에 대해서는 부러 정부 기금을 기피하고 사적 기금에 의존하게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기금과 사기금이 혼합된 경우의 처리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온라인 도서관 통해 자유롭게 접근

그러나 저명한 저널들에 밉보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치명적’이기에 그동안 숨죽여온 ‘언더’ 연구자들에게 이와 같은 법제화 움직임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팻 브라운 스탠포드대 박사는 뉴스데이 지에“현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퍼블릭 라이브러리 오브 사이언스(이하 PLoS)의 움직임이다. 제임스 왓슨, 수잔 린퀴스트, 카이 시몬스 등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비롯해 전 세계 3만3천명 이상의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PLoS는 현재 텔레비전 광고, 포스터 등을 통해 ‘온라인 도서관을 통해 모든 과학, 의학 연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해롤드 바머스 PLoS 발행인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 사스 연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개방화’ 작업이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의학 발달의 속도를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는 예측할 수 없다. 아마 출판계와 무역 관계업자들의 로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법제화 여부 자체가 아닌 사보 의원이 과학계에 일으키고 있는 ‘움직임’이다. 연구 결과의 커뮤니케이션, 출판 동향, 자금 지원 방식 등 관련된 모든 시스템들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나영 미국통신원 /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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