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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기억에 남는 나의 강의
기고 : 기억에 남는 나의 강의
  • 송호열 서원대
  • 승인 2003.07.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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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부산까지 '교육실습생'과 함께 한 즐거움

송호열 / 서원대, 지리교육

나는 사범대학 지리교육과에서 지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 학기 강의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교육실습이다. 학생들은 처음 10주 동안 교육실습에 관한 이론과 실무를 강의와 질의응답을 통해 배우고, 4주 동안 현장에 나가 실습을 하며, 담당교수는 이 기간 동안 순회지도를 한다.


비록 풍족한 금액은 아니지만 대학 당국에서 출장비까지 지급하며 권장하기는 해도 담당교수들이 자율적으로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과에서는 몇 학생만 방문하여 지도하지만, 우리 학과는 학과 교수들이 분담하여 거의 모든 학생을 방문하는 것이 전통이 되었고, 나 역시 이에 적극 찬성하는 터라 부임한 이래 이에 동참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전체 교육실습생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22명뿐이라서 혼자 다 방문하기로 내 나름대로 목표를 정하였다.


실습 대상 학교는 청주 인근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지만, 모교에서 실습하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인천부터 부산까지 방문지가 다양하다. 그래서 어느 날에는 한 학교를 다녀오면 하루가 지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하루에 3~4개교를 방문하여 교육 실습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4주 동안 교육실습을 하니까 이론상으로는 4주 동안 순회지도를 할 수 있지만, 효과가 적다고 판단되는 첫 주와 마지막 주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2주의 여유밖에 없다. 다른 학년 강의 때문에 그 중에서도 또 며칠은 시간을 낼 수가 없다. 내 경우에는 다행히 교육실습 강의가 목요일에 있어서 월요일부터 수요일 오전까지만 강의를 하면 되니까 일주일에 3일은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결국 6일 동안 20여명을 방문해야 한다는 계산이고, 그렇다면 강행군을 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혹시라도 방문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을 것 같아서 교육 실습을 보내기 전 학과 행사와는 별도로 전체 수강생을 대상으로 개인적으로 환송회를 해 주었다. 그리고 방문하기 용이하게 모든 학생으로부터 실습 대상 학교 및 관련 선생님들과 교육 실습생 본인들의 인적사항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수합하여 하나의 파일로 작성해 두었다.  


순회 지도를 가기 전에 나는 지도를 펼쳐 놓고, 먼저 경로도를 작성하였다. 일단 두 그룹으로 나누고, 3일씩 최단 거리를 이동하면서 순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일단 수요일에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당일에 두 학교 정도를 방문한 후, 다음 목적지에 가서 숙박을 하고, 이른 아침에 그곳의 학교를 방문하여 오전에 두 학교를 방문하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순회를 하니까 장거리도 여유 있게 이동할 수 있고, 정해진 시간 안에 하루에 4개교 정도를 순회할 수 있었다. 인접한 학교를 순서대로 방문하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예정대로 순회지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예상대로 다 잘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교통사고와 주말 나들이객 증가로 인한 교통체증, 학교 행사 등으로 결국 두 학교는 방문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순회 방문했을 때, 정말 반갑게 맞아주는 교육실습생들의 얼굴을 보면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고 온 몸에 다시 생기가 솟아난다. 그리고 교장, 교감, 연구부장, 학급 및 교과 지도교사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중등학교 현장 사정을 많이 깨닫게 되었고, 은연중에 학교 홍보도 하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었다. 저녁 시간에는 실습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교육실습에 대한 시시콜콜하지만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 지역의 현지답사를 통해 지리 공부도 하니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들이었다.


순회지도를 하는 도중에 우리 학과 졸업생들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가 있으면, 학교로 방문하기도 하고, 교육 실습생들과 함께 저녁 식사도 하곤 하였다. 경기도 지역에는 우리 대학 출신 교사들이 많아서 모두 찾아  보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금년에 신규 임용된 졸업생의 경우에는 모두 방문하여, 예쁜 난 화분을 하나씩 마련하여 선물하였다.


나는 내년에도 순회지도에 기꺼이 다시 임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실습생들이 임용고사에 많이 합격하여 내년에도 순회지도를 다니다가 잠깐씩 들러 훌륭한 교사가 되라고 격려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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