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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두려운 이유를 아세요?
저출산이 두려운 이유를 아세요?
  • 박혜영 서평위원/인하대·영문학
  • 승인 2019.03.05 11: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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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한국 여성들이 점차 아기를 낳지 않는다고 한다. 2018년도 합계 출산율은 역사상 최저인 0.98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산율 ‘0’명대를 기록했다. 이 기록조차 놀랍게도 지난 12년 동안 정부가 무려 126조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부은 덕분이다. 70년대만 해도 한 해 백만 명의 아기들이 태어났으나 작년에는 32만 명 정도였다. 그 중 여아가 절반이고, 향후 30년 뒤에 이 여성들 전부가 아기를 한 명씩 낳는다고 가정해도 2050년의 출산인구는 16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높은 자살률,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자랑하다보니 정부는 걱정이 많은가 보다.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 저출산이 두려운 것은 세금과 소비가 줄기 때문이다. 『2018 인구절벽이 온다』의 해리 덴트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의 정점을 찍을 2018년 이후 한국은 인구절벽이 시작되어 인구감소, 구매력하락, 경기침체의 불황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인구절벽이 중대한 경제사범이 되다보니 조만간 만혼, 저출산, 고령화가 정부가 척결해야 할 3대 사회악으로 규정될지도 모른다.

물론 덴트가 지칭한 인구는 생산보다는 소비할 수 있는 인간의 규모를 말하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인구절벽에 대한 공포는 바로 저출산이 아닌 저소비에 대한 공포이다. 실제로 인구감소에 따른 생산력의 감소는 자동화나 로봇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이민이 아닌 로봇개발로 인구감소를 해결해보려는 일본의 노력을 생각해보라. 그러나 소비자가 줄어든다면? 그런 상황은 미래의 기술발전으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총이나 망치를 든 로봇은 얼마든지 만들어 내겠지만 백화점으로 쇼핑하러 다니는 로봇을 과연 만들 수 있겠는가? 소비는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기에 헉슬리가 그린 『멋진 신세계』의 기술유토피아 사회에서도 소비를 강조하는 것이다. 인공부화국으로 노동인구를 조절하고, 제약기술로 인간의 노화를 멈추고, 집단세뇌로 죽음까지도 60세로 완벽하게 통제했지만 딱 한 가지 소비자만큼은 그 어떤 과학기술로도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신세계의 공익방송이 매일 반복하는 구호가 “고치기보다 버리는 게 낫다.”(ending is better than mending), “꿰맬수록 돈은 준다.”(more stitches, less riches)”이겠는가! 끝없이 소비하라고 세뇌하는 이유는 바로 이 산업 유토피아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소비절벽이기 때문이다.

잉여가 두려운 이유는 잉여의 소비 없이는 경제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대량생산 시대에는 거기에 걸맞은 대량소비가 뒤따라주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경제개발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인구절벽이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 더 이상 자식을 낳지 않으려는 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문학적인 성찰이 따라야 한다. 예이츠는 「학생들 사이를 걸으며」(Among School Children)라는 시에서 출산이 여성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색한다. 시인은 묻는다. 자신이 낳은 아기 얼굴에서 육십 번의 겨울이 지나 다 늙어버린 노인을 떠올린다면 과연 어떤 어머니가 용감하게도 아기를 낳겠는가? 끔찍한 출산의 고통과 앞날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에 대한 보상으로 아기를 편히 바라볼 수 있겠는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아기는 낳을 수 없다. 그 아기가 늙어버릴 모습을 상상하거나, 그 아기의 앞날이 불행할 거라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면 그 어떤 어머니도 아기를 낳을 수 없다. 여성이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무모하리만큼 절대적으로 미래를 낙관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저출산이 두려운 것은 전시(戰時) 상황도 아닌데 우리 여성들에게서 그런 절대적인 낙관이 이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혜영 서평위원/인하대·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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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2019-07-15 18:46:46
여기서 전멸해서 국가가 어떻게 망하는디 똑똑히 보려줘야지

ㅇㅇ 2019-03-06 09:31:20
기계화가 고도로 진행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정도로 발달하면 뭔 소비자 따위에 연연하는 경제 구조 자체가 무의미해질 텐데.. 결국 기성 사회 유지에 목 매는 기성 세대가 부양 노예 생산하라고 닥달하는 꼬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