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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전]<6> 존 롤즈의 A Theory of Justice (1971)
[신고전]<6> 존 롤즈의 A Theory of Justice (1971)
  • 황경식 / 서울대·철학
  • 승인 2001.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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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7 16:29:06

단일 주제의 철학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오직 존 롤즈는 ‘정의’란 주제만으로 한 우물을 판 철학자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58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부터다. 이후 그의 관심은 사회정의 문제에 대한 현대적 해석에 집중되어 ‘분배적 정의’ ‘정의감’ ‘시민 불복종의 정당화’ 등 일련의 논문을 발표하여 학계의 주목을 끌었고, 여기에 바탕을 두고 20여년에 걸친 탐구의 결실로서 나타난 것이 바로 필생의 대작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이다. 그로부터 다시 20여년이 지난 90년대 초반 그는 ‘정의론’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한 해명 및 부분적 수정내용을 담은 ‘정치적 자유주의’(Political Liberalism)라는 저서를 간행하기도 했다.

‘정의론’은 분석철학의 지배아래, 도덕철학이나 사회·정치철학에 대한 지적인 불모의 시기에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통해 규범윤리에의 관심을 재연시킨 야심적 시도로서 영·미철학계는 이를 세기적 대작으로 평가하면서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분석철학적 방법과 게임이론을 이용하여 전통적 사회계약론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그의 ‘정의론’은 사회과학과 사회철학 전 분야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의 이론의 기본 특징은 ‘자유’ ‘평등’ ‘사회경제적 복지의 증진’이라는 사회정의 실현의 세 가지 고려사항을 특유하게 조정한 정의의 두 원칙에 나타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원칙들이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이라 부르는 가설적 상황에 의해 도출된다는 점에 있다.

공공적인 정의감이 자율적으로 우러나게 될 공정한 사회협동체제의 기본헌장을 확립하기 위해 ‘정의론’은 가상적 시민들이 그들의 정치적, 사회적 제도를 규율할 정의의 원칙에 대한 합의의 절차로서 원초적 입장을 규정한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가상적 시민들이 어떤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을 쓴다고 가정되는데, 이는 무사공평한 합의를 보장하기 위해 각자의 사회적 지위, 천부적 재능에 대한 지식 등 이해관계의 갈등을 가져올 잠재적 요인들을 걸러내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롤즈는 자유롭고 합리적인 계약 당사자들이 무지의 베일을 쓰고, 자신들이 함께 삶을 영위하게 될 사회의 기본헌장인 정의의 원칙을 선택하게 되는 가상적 상황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자신의 천부적·사회적 신분을 모를 경우 당사자들은 자신이 맞게 될 미래의 운명에 대해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되며 도래할 사회에 있어서 최소수혜자의 위치에 있게 될지라도 기본적인 인간적 삶이 충족될 수 있게 되는 그런 정의의 원칙을 선택하리라는 게 롤즈의 생각이다. 그는 이같이 불행중 다행을 선택하는 전략을 최소극대화(maximin)규칙이라 부른다.

이상의 방법과 절차에 의해 도출된 것으로서 정의의 두 원칙은 ①각자는 타인의 동등한 자유와 양립가능한 최대로 광범한 기본적 자유에의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평등한 자유의 원칙) ②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조건을 만족시키게끔 배정되어야 한다. 즉 최소 수혜자를 위시한 모든 성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차등의 원칙), 공정한 기회균등 아래 직책과 직위는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야 한다.(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 이 두 원칙은 제1원칙이 제2원칙에 우선하는 것으로서 축차적 서열을 갖는다.

기본적 자유의 평등한 분배를 요구하는 제1원칙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경제적 최저생활이 보장되는 한에서라면 자유는 자유를 위해서만 제한될 뿐 사회전체의 경제적 복지증진을 위해서도 희생될 수 없으며, 다수자의 자유의 확대를 위해서도 개인이나 소수자의 기본적 자유가 희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리주의적 정의관의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롤즈 정의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두 번째 원칙의 중심이 되는 차등의 원칙에서 주목할만한 특징은 자유주의적인 형식적 평등의 원리가 묵인해온 사회적·자연적 행운이나 우연을 배제하고, 그러한 요인들에 의해 주어진 개인의 재능이나 능력을 사회의 공동자산으로 간주하여 이를 최소 수혜자의 이득을 도모하는데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롤즈는 평등분배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분배적 정의의 문제를 기회의 형식적 균등으로부터 결과의 실질적 평등에로 끌어올리는 현대적 전환의 이론적 기초가 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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