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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쟁점 : 남성교수들의 성폭력
문화쟁점 : 남성교수들의 성폭력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3.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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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지위 이용 '부적절한 관계...自省 움직임도

올 상반기엔 '교수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이슈였다. 대학가는 방학을 맞았지만, 성폭력 논란은 방학에 들어가지 못한 채 점점 더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전남대에서는 모 단과대학 교수가 제자를 불러내 함께 술을 마신 뒤 근처 여관으로 데려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경북대의 모 교수는 한 여학생에게 학점을 올려주겠다는 제의와 함께 성추행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대에서는 모 교수가 정기학술답사 도중 술에 취해 한 여학생을 강제로 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진상조사중이다. 

하지만 사태수습과정을 살펴보면 미진한 구석이 많다. 전남대의 경우 가해교수에 대한 징계방침을 밝혔지만 징계수위조차 제대로 규정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경북대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랐던 피해 여학생의 글을 학교당국이 삭제해 학생들의 비난여론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우리 사회가 교수들의 성폭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한 인간이 지식인으로서 갖춘 자질과 그의 생물학적 본능은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남녀평등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갖추고 있더라도 성충동을 억제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교수들을 지식인으로 보기 이전에 생물학적 인간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교수 성폭력을 줄이기 위한 전제라는 것.

여성과 성폭력에 대한 남자 교수들의 인식부족이나 이중잣대가 그 다음의 문제다. 심리학자들은 어디까지가 '친밀성'이고 아닌지에 대해서 여자와 남자 사이엔 큰 갭이 존재함을 지적한다. 즉, 교수들과 여학생 사이에 '친밀성'의 폭과 정도에 대한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는 좀 다르게 외국에서 스킨십에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성적 추행을 알게 모르게 합리화하는 등 교수들의 이중잣대도 공론장에서 검증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한국은 진보적인 학자들이라도 많은 수가 여성에 대해서는 폭력에 가까운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무수한 이중잣대를 양산하는 수원지다. 여성과 여성의 육체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인식하고 버릴 수 있을 때만 대학가 성폭력 근절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최근 교수사회에서는 성폭력과 관련해 자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강대에서는 지난달 17일 교수사회의 자성과 학교당국의 엄정한 사태수습을 촉구하는 교수들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경영학과 김 모 교수 등 47명의 교수는 "동료 교수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직간접으로 정신적 충격을 입었을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위로와 사과를 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교수들도 대학의 이미지 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서강대에서는 교수들을 상대로 성교육이 실시되었다. 성교육을 받은 한 남자 교수는 "전반적으로 법적용을 자세히 설명하는 경고성의 강의였다. 법규정들을 매우 정확하게 이해할 것을 당부했으며, 학내 위원회의 법규정과 진행상황도 상세히 설명해줘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한 교수는 "교육만으로는 80% 정도의 인식변화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나머지 20%에 대한 법적 조치가 단호히 취해지지 않는다면 성폭력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교육과 법적조치가 동시에 강구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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