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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학술대회 참관기] 베를린에서 열린 심포지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해외학술대회 참관기] 베를린에서 열린 심포지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 정예현
  • 승인 2003.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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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학자들, "핵은 자위용"... "미국보다 북한이 정당" 주장하기도

지난 6월 25일 베를린에서는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전쟁 종전 50년, 한국전쟁 발발일이라는 의미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이날의 행사는 미국 언론보도에만 의존하는 북한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하던 동아시아 전문가 및 언론인들에게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하나의 ‘국가’에 대한 가장 다양한 정보를 독일에서 접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였다.

이 심포지엄에는 독일 내 국회의원 및 외무부관계자, NGO관계자,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 온 개인 참가자들까지 1백50여명이 참가했다. 주최자는 독일내 종교단체 및 사회단체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독일내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단체인 ‘코레아 베어반트'.

독일에서도 북한에 대한 정보는 ‘탈퇴’, ‘추방’, ‘결렬’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 채워지거나, “북한 주민들 기아에 허덕여”, “김정일은 헐리우드 영화광” 정도의 수준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 의해 소위 ‘세계평화의 위협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으며,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미국의 입장이 아닌-을 ‘학술적’입장에서 살펴보자는 의도에서 이날의 심포지엄은 기획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송두율 교수는 “현재 북한에서 진행 중인 경제분야의 개혁이 부분적으로 중국을 모델로 하고 있으나 북한과 중국의 물질적 조건의 차이 때문에 중국식 개혁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 외부로부터 식량구호 및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체제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밥 문제가 우선 일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발표하자 몇몇 참가자들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들에게도 식량문제보다 체제보장문제가 우선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한편 북한 주민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카톨릭 국제구호단체인 카리타스 홍콩의 케티 첼베거 국제조정관이 북한을 40여 차례에 걸쳐 방문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비교적 자세하게 발표했다. 첼베거 씨는 북한의 경제적 상황은 90년대 후반보다는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북한 주민들은 절대적 빈곤 속에서도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과 스스로 ‘견뎌내는 힘’을 기르고 있다는 것. 그는 ‘굶주리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카리타스의 기본 원칙을 들며,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가 대북협상의 ‘무기’가 되고 있는 현상을 비판했다.

행사 전 관심을 모았던 ‘북한학자’의 참석은 사스로 인한 북한 국경봉쇄로 무산돼, 원고를 대독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이 원고에서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전복’을 전제로 한 군사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위협적인 군사무기를 북한이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위권’이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불가피한 점이라 역설했다. 이 자위권은 ‘북한민중’만이 아니라 ‘한민족 전체’를 위한 것이라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위협적 군사무기’는 다른 국가를 침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

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관심을 끈 발표자는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로 불리는 브루스 커밍스교수였다. 커밍스 교수는 현 부시정권이 백악관 내 보수강경파가 주도하는 정책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의 기억은 잊혀지고 있으며 미국 언론들도 소위 북한위기상황에 대한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석을 싣기보다는 김정일을 희화화한 사진이나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NPT의 기본원칙이 비핵국가가 핵국가로부터 위협받지 않을 권리에 있음을 강조하고 1996년의 헤이그 국제법정에서의 ‘국가의 존폐여부가 걸려있는 극한적 상황에서의 핵무기 사용의 정당성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진술문을 언급하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비핵국가인 북한을 소멸시키고자 위협하고 있는 미국보다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이 오히려 정당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종합토론에서는 향후 북한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북 정권이 여전히 군사력 강화에만 힘을 쏟는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 언론 보도에 의한 일방적인 대북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심포지엄은 가장 원칙적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는 미국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열쇠는 북한 민중을 ‘같은 민족’으로 보는 남쪽의 민중들이 있다는 것, 그들이 적극적인 반전 평화활동으로 국제적인 전쟁위협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예현/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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