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5-16 09:57 (목)
한국 도교는 중국 도교의 아류인가?
한국 도교는 중국 도교의 아류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19.01.21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가 말하다_ 『한국의 신선: 그 계보와 전기』 (임채우 지음, 소명출판, 2018.12)
김홍도가 31세 때인 1776년에 그린 <군선도(群仙圖)>. 국보 제139호. 소를 탄 노자(老子)와 팔선(八仙) 및 승려 까지 포함한 종합 도석인물화이다. 특히 선인들을 한국화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조선후기 민간에서 부흥하던 한국 도교의 판테온이라고 할 만하다.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한국 선도는 단군 이래로 고유의 선풍(仙風)이 신선사상으로 발전되고, 중국 도교가 전해지면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 선도(仙道)로 체계화되었다.”
 

『조선도교사』라는 명저를 남긴 이능화(1869~1943)는 조선에서 고유한 선도가 발생했고, 이것이 중국 땅에 퍼져서 중국 도교가 되었다고 했다. 이는 5백 년간 찌들어있던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한국 도교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능화는 우리의 고유 선도에 대한 내용은 앞부분에만 언급했을 뿐, 삼국시대 이후의 도교사에서 고유 선도는 사라지고 없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이 방면에 대한 저술들 역시 대부분 중국 도교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고유 선도에 대한 관심 자체가 아예 없거나, 단편적 언급에 그칠 뿐 한국 선도를 통사적 흐름으로 그 계보와 전수계통을 다룬 저술은 매우 드물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 고유 선도에 대해서 체계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노력했다. 과연 우리 고유 선도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중국 도교와 비교해볼 때 그 특징은 무엇이며, 그 계보와 전수내력은 어떻게 된 것인지를 여러 문헌을 통해 추적하고 분석했다. 조선 중기 등장한 『청학집』이나 『규원사화』 등에서 말한 우리의 고유 선도를 단군에서 발원하여 삼국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까지 그 계보를 정리했다. 그리고 조선의 중화-유교 이데올로기에 밀려 숨었던 선도가 16~17세기에 다시 관심을 받으며, 20세기에 와서 부활하고 부흥하는 과정을 기술했다.

이 책의 앞에는 김홍도의 <군선도>를 비롯해서 15장의 한국 신선 및 중국 도교 관련 도판들을 수록해서 우리의 선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도모했다. 본문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한국 신선의 계보와 내용을 논술했다. 한국 신선의 역사를 한국 고유의 선도와 중국에서 수입된 도교의 중층구조로 파악하고, 양자의 관계 속에서 한국 선인의 계보와 사상적 맥락을 기술했다. 2부는 일제강점기 때의 저술가인 김유동의 한국 신선의 전기를 번역한 것이다. 이는 『청학집』 『해동전도록』 『순오지』등의 한국 선도 사서 중에서 최대의 선가(仙家) 인물을 수록하고 있는 저술로서, 저자는 김유동의 『도덕연원』에서의 도교 인물 편을 일일이 원문과 대조 교감하면서 번역해두었다.

그리고 근현대의 인물로는 일제강점기에 나부산에서 도를 전수하여 원세개 정부에서 도사로서 크게 활약했던 전병훈(1857∼1927), 출가한 승려로서 도를 성취한 개운(1790∼1988)과 양성(1892∼1992) 스님 그리고 단군 이래의 고유 선도의 수련법을 체계화한 윤세복(1881∼1960) 이 4인에 대해서도 생애와 사상 및 행적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했다.

이 책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도교사를 한국 선도와 중국 도교의 2중 구조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여신선의 계보도 이런 맥락에서 그 전수계통을 밝혔다.

한국 선도를 중국 도교와 단순 비교해서 말하자면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고유의 선도를 무시하거나 그 아류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현대라는 시점에서 본다면 동아시아에서 가장 선도 수련을 많이 하며, 선도에 대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는 우리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단지 우연에 불과한 것일까? 필자는 우리의 DNA에 흐르고 풍류(風流)라는 고유의 선풍(仙風)이 발현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예로부터 우리는 신선을 추구하고 신선의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한국 선도는 일부 수련자의 몫이 아니다. 우리의 사유방식과 삶의 세계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는 전통문화이다. 갈수록 세계화와 글로벌화의 격랑 속에서 외래문화에 물들어버린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서라도, 눈 밝은 독자들에게 우리 선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대한다.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동양학과

연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한국 고유 사상의 정립과 고대 동아시아의 철학적 기원 문제이다. 역서로 『주역 왕필주』, 『왕필의 노자주』 등이, 논문으로 「韓國道敎之歷史與問題」(1997), 「왕필 역학의 도가역학적 위상」(2008)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