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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가 비추는 시대의 초상
스테디셀러가 비추는 시대의 초상
  • 전세화
  • 승인 2018.12.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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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부터 2000년대까지 살펴본 『우리 시대의 스테디셀러』(이근미 지음, 이다북스)

스테디셀러는 판매량과 상관없이 짧게는 5년, 10년 이상에 걸쳐 독자들의 호응을 받는 책을 일컫는다. 단기간 많이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유행성을 반영하는데 반해 스테디셀러는 사회의 본질적인 의식구조와 역사적 성찰, 사회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정서가 반영된다. 『우리 시대의 스테디셀러』는 해방 후부터 2000년대까지 출간된 국내외 스테디셀러를 시대별로 나눠 각 시대의 사회적 흐름과 출판계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혼란의 시기였던 해방 후부터 1950년대는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김구의 자전수기 『백범일지』와 시대의 아픔을 담은 윤동주의 시집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국민적인 도서로 자리 잡았다. 또, 전쟁 후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포켓 영한사전』이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고, 국내 출판 브랜드 중 가장 오래된 출판물로 자리매김했다.

4ㆍ19혁명과 함께 시작된 1960년대, 반공과 경제성장 제일주의이라는 획일적 이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 속에 최인훈의 『광장』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남한과 북한, 어디에서도 만족할 만한 광장을 발견하지 못해 붕괴하는 개인이라는 밀실,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는 지식인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다.

문화 읽기의 새 지평을 연 이어령의 『흙속에 저 바람 속에』와 경직된 시대 ‘감수성의 혁명’이라 할 만한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같은 책들도 이 시기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1970년대 군사정권의 일방적인 주도 하에 진행된 급속한 산업화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는 한편, 소득격차를 심화시켰고, 노동자와 도시빈민 등 소외계층의 삶은 더 열악해졌다. 1970년 11월, 전태일의 분신은 고도성장 시대 가려져 있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개발시대에 삶의 터전을 잃은 난장이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8년 초판발행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300쇄 이상 찍을 만큼 단순한 현실묘사를 뛰어넘어 현실을 변화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1980년대는 정치적 암울함 속에서 시민들이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시대이자 동시에 소비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시기였다. 출판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성장을 거두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태백산맥』, 『먼나라 이웃나라』, 『원미동 사람들』, 『이문열 삼국지』 등 다양한 색깔의 스테디셀러가 이 시기에 나왔다.

운동권의 몰락과 외환위기를 맞은 1990년대는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총, 균, 쇠』와 자기계발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책이 인기를 끌었다. 활자에서 영상과 인터넷 시대로 접어든 2000년대에는 『구름빵』, 『창가의 토토』가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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