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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한국학술단체연합회 주최 '한국 학술용어 정비사업' 학술세미나
[학술대회] 한국학술단체연합회 주최 '한국 학술용어 정비사업' 학술세미나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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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위원회' 설치제안.. 학문간 차이 배려해야
 지난 23일 서울대 호암 컨벤션센터에서는 ‘한국학술용어 정비사업’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한창이었다. 한국학술단체연합회(회장 송희중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지난해 12월에 ‘한국 학술용어: 문제점과 방향’을 주제로 개최됐던 학술대회의 뒤를 잇는 자리였다. 지난 학술대회가 학술용어정비사업을 필요성을 논의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학술용어정비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인문계보다 이공계에서 용어통일 서둘러


국내의 학술용어 정비사업이 전분야에 걸쳐 고르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이공계열의 학술용어 정비현황은 나름대로 빠르게 진행됐지만, 인문사회계열분야에서 용어정비를 진행하는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던 것. 인문사회분야에서는 학술용어 하나하나가 연구자 저마다의 ‘개념’을 담고 있다는 특성 때문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학술대회 역시 이공계 연구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었다.

 

박은호 한양대 교수(생명과학부)는 발표문 ‘이공계열 한국학술용어 정비 현황’을 통해 국내 학술용어 정비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라고 설명했다. 국가차원의 정비사업은 1991년에 설립된 ‘국립국어연구원’이 8년간의 노력을 탄생시킨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 대사전, 상․중․하’(7308쪽, 1999, 두산동아)에 이공계열 23분야 10만1천8백11어가 전문가의 심의와 감수를 거쳐 수록된 것이 최초의 성과물.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과학기술인총연합회의 주도로 2000년부터 3년 동안 3개 분야 4만5천용어를 남․북어로 대조해 정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박 교수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기본적인 학술용어는 나름대로 정리됐으나, 생물학과 농업과학, 물리학과 전기공학 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교차 심의․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학술용어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제간 연구가 점차 빈번해지고 있어, 인접학문간의 용어 통일이 시급한 것. 이공계열의 마주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외국에서는 이미 학술용어 통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기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학술용어 정비의 국제적 추세와 국내의 정비 현황’을 통해 외국의 사례를 살폈다. 일본만 하더라도 1930년대부터 문무성의 지원으로 자연과학에서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의 학술용어의 표준화를 장기적으로 지원해왔다. 그 결과 1990년 초기에 학술용어집성이 완성됐고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개정판이 나오고 있다. 최 교수는 “학술용어 정비에 있어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40년 이상 앞서갔다”라며, 국제적인 교류를 위해서도 학술용어 정비는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학계의 의견을 수합해 송희성 교수는 ‘한국학술용어 정비사업’의 청사진을 제출했다. 송 교수가 제출한 의견을 거칠게 살펴보면, 학술용어 정비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학단연 안에 ‘학술용어표준화위원회(가칭)’을 조직해 운영하는 것이다. 5백개 이상의 학회가 가입해 있는 단체이기 전분야의 의견을 수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조직도는 다음과 같다. 표준화위원회 산하에 분야별 기술위원회(메타표준․인문사회․물성과학․생명과학․예체능)를 선정해 해당세부분야의 전문가 및 관계자가 용어표준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즉 하위기관이 기술위원회가 표준안을 협의 조정하고, 운영위원회에서 이것은 심의해 결과를 통보해 각 학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 기술위원회는 각 분야의 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기본안에 대해 참석자들 대부분이 동의해 이후 형식에 큰 변화를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문사회 분야 대책 논의 부족


그러나 학술용어 정비사업에 따른 부수적인 작업도 만만치 않다. 토론자로 참여한 강현화 경희대 교수(한국어학과)의 지적대로 “전문용어 표준화 작업과 병행해 전문용어 사전편찬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또 전문용어의 상당수가 외래어를 번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문표기에 맞는 조어양상, 띄어쓰기를 고려해야 한다. 서대석 서울대 교수(국문학)는 “학술용어 통일을 두고, 연구자 간․학문간의 의견 대립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송희성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개진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사업지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능하면 상설기구를 만들어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는 용어를 정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소홀해왔던 학술용어 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는 시도는 높이살 만 하다. 그러나 “각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학술용어의 양에는 큰 차이가 있다”라며 “학술용어정비의 범위와 수위를 먼저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유평준 연세대 교수(행정학과)의 의견처럼, 개별학문이 처한 상황적 차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인문사회가 하나의 분과위원회로 조율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인문사회학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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