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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 논의 첫발… 시민사회 교원·정부 불신 여전 
국가교육위원회 논의 첫발… 시민사회 교원·정부 불신 여전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10.29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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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회의,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 개최
지난 23일 열린 시민사회 경청회에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직무대행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교육회의

“교사와 교수의 정책 결정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의 발언에 경청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야유를 보냈다. 교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이현 소장의 말에도 분위기는 차가웠다. 시민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숙명여고 사태를 언급하며 교원들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일각에서는 일부러 학부모 등 시민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간대에 경청회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3일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의장 직무대행 김진경)는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유은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김승환),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장호성),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와 공동으로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경청회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앞두고 국가교육위원회 설립과 교육의 비전, 중장기 교육정책 의제 등에 대한 시민 사회의 의견과 제안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청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은 향후 국가교육위원회 중장기 교육비전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경청회는 김진경 의장 직무대행의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과 교육정책 의제 제안에 관한 지정토론, 시민과의 열린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김진경 직무대행, “국가교육위원회는 미래 담는 그릇”

“혼란은 그릇에 담기지 않은 미래의 이름이다.” 김 직무대행은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겪은 혼란을 아직 적절한 그릇에 담기지 않아 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미래라고 설명했다. 다소 추상적인 그의 발언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추진하는 배경과 잇닿아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불투명한 미래를 적절히 담아낼 그릇이라는 것.

김 직무대행의 구상은 아직 조심스러운 단계지만 기존의 하향식 구조를 가진 위원회는 지양하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냈다. 이번 시민 경청회가 개최된 것도 그러한 의도에서다. 김진경 직무대행은 “산업사회에서 인공지능 자동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교육정책 지형 전반에 강력한 변화가 일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민사회 주체와 함께 국가교육위원회의 상에 대한 섬세한 논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면서 새로운 담론의 제안을 촉구했다. 

이어 김 직무대행은 국가교육위원회 소속의 국민참여위원회라는 상시적 공론기구의 도입을 시사했다. 그는 산업화 시대의 권위적인 구조는 촛불혁명 이후 수명을 다했다고 봤다. 구시대적인 중앙집권적 구조가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김 직무대행은 궁극적으로 “학교를 지역의 학교, 지역 주민의 학교로 돌려주는 대장정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불신이 해소될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방 분권화,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한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부·내신 부정행위에 학부모들 불신 커

이후 토론에서는 교육 당국과 학교가 신뢰를 잃은 원인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제기됐다. 김동석 정책본부장은 “이번 대입제도 개편이 지방 자치를 못해서 일까”라고 김 직무대행의 의견을 지적한 뒤 “학교 간 성적 격차, 교육격차가 불신의 원인이다. 수능이라는 공정한 시험이 있는데 불신으로 가득 찬 학생부종합전형이나, 교과전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청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비슷한 의견을 제기했다. 자신을 학부모라고 밝힌 한 시민단체 대표는 “교육 혼란의 핵심은 입시가 불공정하기 때문”이라며 “숙명여고 사태 등을 경험한 학부모들은 이제 내신을 못 믿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시를 80% 이상 확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숙명여고에서는 교무부장이 자신의 두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해 내신 성적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 시민 경청회가 시민들에게 충분히 개방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뀐다고 하지만 일관적으로 학부모의 의견이 배제돼왔다”며 “이런 경청회가 있는 것도 학부모들은 잘 모른다. 요식행위 같은 행사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에서 시민 경청회를 위해 만든 SNS 대화방에는 경청회가 열리는 시간이 오후 3시라 학부모들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민사회 경청회에 참석한 송성환 EBS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교육회의

국가교육위, 사회적 합의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은?

국민참여위원회의 구조와 인적 구성 등에 대한 제안도 쏟아졌다.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국민참여위원회의 도입이다. 국민참여위원회가 자칫 또 다른 옥상옥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이미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옥상옥 구조로 인해 그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총연합회 정책본부장,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히 고등교육연수원장, 김태정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정책보좌관 등이 국가교육위원회가 옥상옥 구조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특히 김태정 보좌관은 “소수의 사람들이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또 다른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가 민주주의 원칙에 좀 더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성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좀 더 가볍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이사장은 “위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집행단위인 손발이 힘 못 쓴다”며 “교육위원회는 큰 틀에서 학교, 제도교육 전환을 위한 노력을 하고 구체적인 실행은 집행단위가 맡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송성환 EBS 기자는 학생까지 포함하는 국가위원회 구성을, 최민선 서울특별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은 ‘핀란드형 국민심의기구’의 설치를 주장했다. 핀란드는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데 최소 3년에서 5년 동안 합의 기간을 거친다. 최 보좌관은 50인에서 100인 규모로 위원회를 구성해 장기간 심의를 할 수 있는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현장 전문성을 가진 교사와 교수의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성공한 교육 정책인 혁신학교를 제안한 것이 교사, 교수들”이라며 “직접투표 등으로 책임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교사와 교수를 위원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사회 경청회는 지난 23일 서울, 인천지역을 시작으로 다음달 7일까지 전국 6개 권역에서 순회 개최한다. 국가교육회의는 경청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의견이 수렴되면 내년까지 위원회 설립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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