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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으로의 초대 : 『우리 옷과 장신구』(열화당 刊) 펴낸 이경자 교수
지면으로의 초대 : 『우리 옷과 장신구』(열화당 刊) 펴낸 이경자 교수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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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服飾에 들인 사제 三代의 애정

 

요즘 師弟 삼대가 책 한권을 합작해낸 사연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전통의 생활복식을 쓰개, 머리장식, 몸 장식, 신발, 웃옷, 아래옷, 겉옷으로 나눠 정리한 통사 '우리 옷과 장신구'가 그것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화여대 디자인학부를 정년퇴임한 유희경 교수, 이제 정년에 임박한 이경자 교수, 막 교수에 임용된 이미량, 홍나영, 장숙환 교수. 책이 나오기까지 총 50년의 시간이 걸렸다니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책의 기획과 책임 집필을 맡은 이경자 교수를 찾아가 그 내력을 들어봤다.

1대인 유희경 전 이화여대 교수(82)는 195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복식사 강좌를 개설했다. 불모지에서 출발해 1986년 정년퇴임 때까지 30년간 이를 잘 이끌어온 유 교수는 후학들에게 잊지 못할 학문적 유산까지 남겨 줬다. 6백20여종이나 되는 우리 전통복식 사료들이 그것이다. 이를 대물림하게 된 제자 이경자 교수는 한국복식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식사회학에 끌렸던 그는 이 사료들을 통해 전통 생활복식을 현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거시적 작업을 결심했다. 3년 동안 밑그림을 그리고 틀을 짜고 도안을 하는 등 기초작업을 거진 끝냈지만 이래저래 바쁜 교수생활로 마무리를 보지 못했다. 그렇게 미뤄둔 게 무려 18년이란 세월을 보내버렸다.

시간이 가는 동안 소장학자였던 이 교수는 어엿한 교수제자를 거느린 원로학자가 됐다. 스승인 유 교수는 현역에서 떠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생전에 스승에게 학문적 도리를 보여야한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 옆에서 같이 해나갈 조력자들도 든든한 지라 다시 작업에 착수한 때가 1년 전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역사복식이란 과거의 사실 규명에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현재에서의 의미가 새로 부여돼야 하고, 또 실제 일상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며 그를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문화의 현재적 전승을 강조하는 이 교수의 철학 때문에 이 책도 스승과 제자, 또 그 제자로 학문적 전통을 이어나가는 운명을 갖게 됐던 것일까. 젊은 학자들이 틈만 나면 이 교수의 연구실에 모였지만 섬세한 전통 복식의 미학을 되살려내는 데엔 생각보다 많은 관찰과 몰두가 요구됐다. 하지만 한 사람은 자료를 정리하고, 한 사람은 그림을 손질하고, 두 사람은 글을 집필하고 교정하는 등 일을 분담하니 신기하게도 1년만에 끝낼 수 있었다.

"한국 복식사 연구는 한국만의 '형'이나 '꼴'을 잡아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이 교수는 그것이 전통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을 재해석하는 것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같은 강조는 복식사 분야가 다른 학문 분야보다 역사적 정리와 재해석 작업이 뒤늦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전공서로서 미흡하지는 않지만, 세밀한 것들을 다 담아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이 교수는 전한다. 막바지 작업을 마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이들 사제가 또 다른 작업을 위해 모였다. 새롭게 시작하는 연구는 '제도복식'에 관한 것. 이번 작업에서는 스승의 학문적 전통을 이어나갈 4세대 후학을 길러내는 작업을 병행할 것이라는 이 교수의 말에는 행복한 여유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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